모스크바 크렘린, 붉은광장, 바실리사원, 벨리키 노브고로드의 성소피아성당과 해자가 그대로 남아있는 크렘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등등 그 많은 유적지들을 다 놔두고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한마디로 잘~ 먹으며 돌아다녔지요. 우리나라로 치면 매일 두끼를 한정식집 급으로 다녔다고나 할까. 게중에는 먹어본 것도 있고, 생전 처음 접하는 것도 있었어요. 특히 러시아가 주변 국가와 민족의 음식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구나..라는 점을 먹거리를 통해 실감할 수있었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은 그 유명한 러시안 수프. 야채와 고기를 넣고 빨간무나 토마토 등을 넣어 붉은 색으로 뭉근하게 장시간 끓여낸 러시아 수프가 보르쉬와 살랑카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보르쉬는 약간 묽고, 살랑카는 훨씬 더 진한 수프인 듯하더군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 제게 러시안 수프는 아주 익숙한 음식입니다. 평안북도태생이신 아버지가 생전에 러시안 수프라며 , 이것을 자주 직접 끓여주셨거든요. 북쪽 끝 지방인지라 러시아인들의 왕래가 많았던 모양인데, 어린시절에 그들로부터 이 수프를 접할 수있는 기회를 가지셨던 모양입니다. 그때 저희집에서는 쇠고기와 숭덩숭덩 썰어놓은 감자, 홍당무, 토마토(그리고 약간의 케첩 )를 큰 솥에 넣어 오랬동안 끓인 다음 먹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드셨던 그 수프와 맛이 비슷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러시아에 가서 먹어보니 제겐 얼추 그때 수프와 맛이 비슷했답니다. 아버지 뿐만 아니라 제게도 이 수프는 추억의 음식인 것이지요. 어렸을때 읽었던 러시아 동화책에도 이런 수프를 끓이는 장면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동네 한가운데 커다란 솥을 걸어놓고 온 마을사람들이 고기며 감자 등을 한꺼번에 넣어 끓여먹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대개 정찬일 경우엔 이 수프가 반드시 따라 나왔습니다. 서양의 수프와는 분명히 좀 다른, 우리의 국과 비슷한 맛이어서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입니다. 요구르트와 비슷한 '스메타나'라는 것을 뿌리면 , 맛이 좀더 새콤해지면서도 부드러워지고 색깔이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러시아식 정찬 디너 차림입니다. 모두 이런 식으로 세팅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제 경험상 정찬 테이블은 항상 이렇게 나오더군요. 갖은 샐러드와 올리브,피클 등 절임음식, 빵, 과일, 편육 비슷한 고기 등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세팅이 되고, 그 다음 수프와 생선이나 고기요리 등이 따로 서빙되는 식이었습니다.
사진 아래쪽에 나오는, 고기에 돌돌 말린 것같은 모양의 음식은 이름을 모르겠지만 안에 부드러운 크림과 야채 ,게살 같은 것 등이 섞여있어서 먹기에도 편하고 맛도 좋더군요.
우리나라 햄버그 스테이크와 비슷한 고기완자와 매쉬드 포테이토 요리도 있고,
붉은 색 쥬스와 요구르트같은 사워크림, 그리고 카스텔라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식감의 케이크가 한 접시에 나오는 디저트도 있습니다.
붉은색 쥬스는 토마토가 아니라, 붉은색 나는 어떤 열매로 만든(이름은 생각나지 않네요) 것이라고 하는데 새콤하면서도 진한 맛이 납니다. 저는 이 음료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드카박물관이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마셨는데, 앞서 마셔봤던 같은 음료들보다 훨씬 맛있더군요. 차갑지않고 거의 미지근하게 서빙되는 것도 특이하고.. 요구르트같은 크림은 케이크 위에 얹어서 먹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생선요리전문식당에서 먹은 생선요리입니다. 생선튀김과 비슷하긴 한데, 살을 발라내 버섯 ,야채 등을 섞어 지져낸 것같습니다. 생선으로는 요즘 한창 많이나는 어종인 '수닥'이란 것을 많이 먹더군요.
술은 보드카가 가장 유명하지만, 꿀 발효술도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찾아보니, 꿀술을 메도부하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벨로키 노브고로드의 한 식당에 살짝 맛을 봤습니다. 입에 닿자마자 꿀향기와 달콤함 맛이 느껴지고, 돗수는 다양한지 모르겠는데 제가 마신 것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이 꿀 술을 데워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고 하네요. 러시아에서 수즈달이란 곳이 꿀 산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수즈달 꿀 술 역시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제르바이잔 레스토랑에서 먹은 메인 코스 요리입니다. 우리 식으로 쟁반요리쯤 될까요. 가장 아래 깔린 것은 우리의 밀전병같은 얇은 부치개이고, 감자 가지 피망 야채 등을 익힌 것들과 고기요리가 함께 올라있습니다. 밀 전병(또는 얇은 빵)에 갖은 야채와 고기를 올린 다음 말아서 먹는 요리입니다. 쟁반의 아래쪽에는 우리의 신선로 같이 숯이 들어가는 칸이 있어서, 먹는 동안 음식이 따뜻하게 유지됩니다. 특별난 향신료나 거부감드는 양념이 없는 것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더군요.
이 식당은 전체 인테리어가 이슬람식으로 돼있습니다. 그래도 러시아식과 아제르바이잔 식 혼합된 스타일의 요리를 내놓는 것같더군요. 러시아 대도시 곳곳에서 조지아(구 그루지아) 식 식당도 쉽게 찾아볼 수있는 것이, 구 소련체제때 같은 공산권 국가들의 요리가 러시아에도 많이 전해졌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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