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얀마의 놀라운 변화,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bluefox61 2012. 8. 8. 16:53

틴 툰 우 박사는 미얀마에서 유명한 언론인이다. 공공보건학 박사출신답게 학자풍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는 미얀마 유일의 해외자본투자 언론사인 영문 주간신문 미얀마타임스의 발행인이자 편집국장이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스웨소네 미디어그룹은 미얀마 뉴스저널, IT 타임스, 굿헬스저널 등 7개의 시사,여성, 보건 관련 신문·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제2회 세계미디어정상회의가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그의 명함에는 '인쇄출판협회장' 등 많은 직함과 여러개의 신문잡지 제호들이 적혀있었다.

 

틴 툰 우 박사는 최근 미얀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속한 개방, 민주화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정부주도로 본격화된 민주화 변화바람을 타고 스웨소네 미디어그룹이 미얀마의 대표적인 독립언론사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2010년 친군부성향의 '통합단결발전당(USDP)'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는 했지만, 틴 툰 우 박사는 아웅산 수치여사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그는 수치 여사를 '그레이트 레이디(great lady)'로 부르며 "언젠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90%"라고 자신했다.'위로부터의 민주화'를 의심하는 질문에 대해선 "이미 거스를 수없는 흐름"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미얀마의 변화속도는 솔직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난 2010년 군정 책임자 탄 슈웨 장군이 민간 정부출범 후 퇴진하겠다고 밝혔을 때만해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출범한 테인 세인 정부는 1년남짓한 시간에 정치범 석방, 언론자유 허용, 야당 정치활동허용,수치여사 국회입성 등 엄청난 변혁을 이뤄냈다.  

 

지난 5일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하루전 양곤에서 벌어진 언론인 시위를 중요기사로 전했다. 기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시사주간지 '보이스'와 '인보이'가 사전검열을 받지 않고 내각개편설 기사를 프린트판과 온라인판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정간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선 아직도 기사를 내보내려면 반드시 사전검열을 받아야 한다. 미얀마 언론인들과 국제사회는 이번 정간조치를 계기로 정부가 언론탄압의 고삐를 다시 당기려 하는 것인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통조차 미얀마의 놀라운 변화를 입증하는 증거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민생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승려들의 평화시위현장에서 군인들이 쏜 총알에 맞아 일본인 사진기사가 사망한 것이 불과 5년전 9월의 일이다.굳이 2007년을 떠올릴 것도 없다. 한해전만해도 기자들이 거리로 나서 언론자유를 외치고, 대통령에게 언론탄압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보내기 위해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모습은 미얀마에서 상상하기 힘들었다.

 

미얀마를 이야기할때 어쩔 수없이 따라오는 것이 북한이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부가 공개석상에서 팔짱을 끼고 걷거나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 특히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사진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11년만에 초청한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의 입을 통해선 "(김정은이) 인간적으로 성장해 그릇이 커졌으며 부인 리설주는 귀엽고 멋지다는 말이 딱 맞는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쇼'를 북한의 의미있는 변화로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만치 앞서나가며 발전하는 미얀마와 북한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