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키(perky)’란 영어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에 적힌 뜻은 ‘명랑 ,쾌활한’입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명랑 쾌활’보다는 약간 ‘엉뚱’쪽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생긴 건 예쁘장한데 하는 짓은 엉뚱 발랄한 엽기녀를 가르킬 때 많이 쓰이는 수식어이죠.
스크린에도 ‘퍼키’에 딱 어울리는 여배우가 한 명있습니다. 푸른 눈의 늘씬한 금발 여배우에게는 체질적(?)으로 잘 끌리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예외가 있으니, 바로 카메론 디아즈(33.사진)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미모로만 판단하기엔 그녀가 너무나 엉뚱하고 별나기 때문이지요. 그리스 여신상도 울고갈만한 이 팔등신 금발 미녀가 하는 짓마다 별나고 , 영화고르는 취향 또한 별나기 짝이 없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마스크’에서 디아즈의 백만불짜리 다리와 미소조차 무심히 보아넘겼던 제 영화 레이더망에 그녀의 범상치않은 별스러움이 딱 걸려든 것은 96년 ‘섹시 블루’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호젓한 섬에 나이든 남편( 하비 카이틀)과 단 둘이 사는 젊은 아내에게 옛 애인이 찾아오면서 의심이 의심을 낳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세사람이 서로를 죽이고 죽는 과정을 그린 엽기 코미디이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지 2년차밖에 되지 않는 미모의 신인여배우가 등장인물이라곤 서너명밖에 나오지 않는 이런 작품을 고른 것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였지요.
그런데 이것이 일회성 엉뚱함이 아니었음이 곧 드러나게 됩니다.
‘필링 미네소타’에서 결혼식날 처음본 시동생과 줄행랑을 치는 황당한 신부였던 그녀는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에서는 부자아빠에게 돈을 뜯어내자며 순진한 남자를 인질범으로 만들어버리더니, ‘배리 배드 씽’에서는 살인파티로 변해버린 총각파티때문에 신세망치는 여자로 등장하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 , 머리를 산발한 채 빗자루를 든 손을 치켜들며 하늘을 향해 ″내 인생 돌리도″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는 ‘상상초월( ?) ’ 헤어젤을 바른 남자친구를 향해 순진무구하게 웃어주고, ‘존 말코비치되기’에서 폭탄머리를 하고 남편에게 커밍아웃하던 주부 역이 어떻게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그녀의 엽기성은 이미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인정받은 바입니다. ‘슈렉’의 피오나 말입니다.
디아즈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런 면모가 빛나는 또 한편의 영화가 12일 개봉되는 ‘당신이 그녀라면’입니다. 디아즈는 처음에는 진절머리나게 미운 말썽장이었지만 , 어느새 언니의 아픔까지 배려해주는 성숙한 동생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로저 에버트의 지적대로 ″평범하게 시작해서 특별하게 끝나는″ 이 영화에서 디아즈가 언니의 결혼식날 E E 커밍스의 시 한편을 읽어주는 장면은 오랜 감동을 남기는 명장면입니다.
I Carry Your Heart With Me - by Edward Estlin Cummings
I carry your heart with me (I carry it in my heart)
I am never without it
(anywhere I go you go,my dear; and whatever is done
by only me is your doing,my darling)
I fear no fate(for you are my fate,my sweet)
I want no world(for beautiful you are my world,my true)
and it‘s you are whatever a moon has always meant
and whatever a sun will always sing is you
Here is the deepest secret nobody knows
(here is the root of the root and the bud of the bud
and the sky of the sky of a tree called life;which grows
higher than the soul can hope or mind can hide)
and this is the wonder that’s keeping the stars apart
I carry your heart(I carry it in my heart)
서른고개를 넘어서도 여전히 엽기발랄한 그녀, 확실히 ″디아즈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는″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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