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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아미르 골딘이 조용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최근 열린 제3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아들의 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갈릴리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평생 군인으로 국가에 봉사하다가 은퇴한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4년전인 2002년 스무살난 아들 옴리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펑크록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노래들을 불렀던 옴리는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자살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이미 2년전부터 지역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 아미르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계기로 증오에 찬 반(反)팔레스타인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팔레스타인을 온몸과 마음으로 품어버렸다.

그의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옴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조촐한 추도식에 갈릴리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이웃들은 물론 지역의 유대교, 이슬람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이었다. 추도식에서 한 팔레스타인 중년 여성은 두 종교 지도자들에게 “우리보다 신앙심이 더 두텁고 많이 배운 당신들이 이 끝없는 죽음과 살생을 막도록 무엇인가 해야만 하지 않겠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땅에서 두 민족이 형제처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뿐”이라면서 흐느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미르의 아내 얼굴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미르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한가지 사실은 이스라엘 내에도 분명 증오를 뛰어넘어 평화공존을 원하는 아미르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과, 그들이 이번 사태를 결코 필요불가결한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 뉴스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미약하거나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이스라엘 군인납치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과 레바논 침략이 28일로 17일째를 맞았다. 헤즈볼라 거점 지역만을 목표로 삼겠다던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어느새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격으로 확대됐고, 레바논인 사망자 숫자가 벌써 600명선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화약고가 지금 대폭발 위험지경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 조직 일망타진과 동시에 중동재편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시리아와 이란은 연일 이스라엘과 미국을 맹비난하면서 여차하면 개입할 태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동갈등이 마치 마주 달려오는 열차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같다. 

이 와중에 아미르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외교는 멀고 폭력은 가까운 현실 정치에서 공존이나 평화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한가한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일무이한 목표이자 희망은 평화뿐이다.‘아들의 유산’을 통해 수십년째 비극의 수렁 속에 빠져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에 어쩌면 이미 평화의 작은 씨앗이 뿌리내려 있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섞인 생각을 갖게 된다.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점점 더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곳 한국땅에서 바라보는 중동의 비극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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