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의한 체외인공수정을 허용하는 법안 초안을 27일 공식발표했다. 오는 5월 21일까지 법안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검토 및 공청회를 거친 후 의회에서 통과시켜 연내에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계획이다.
법적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2015년 말쯤 영국에서 세계최초로 2명의 어머니와 1명의 아버지를 둔 일명 '맞춤형 아기(디자이너 베이비)'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텔레그래프, BBC 등이 보도했다. 반면,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25∼26일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한 결과, 배아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모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27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법안의 정식명칭은 '인간생식 및 배아(미토콘드리아 기증) 규정'이다. 1장 개념, 2장 난자 및 태아, 3장 정보요청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에 따르면,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선천적 결함이 있는 여성 환자가 대체시술을 받으려면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즉 HFEA는 각 환자의 유전적 질환 상태를 판단하고 시술이 과연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리를 갖는다.
미토콘드리아 기증은 장기기증과 동일하게 인정받으며, 기증자의 신원은 법적으로 철저한 보호를 받는다. 이 시술로 태어난 아기가 성장해 기증자에 대해 알고 싶어해도 정부 또는 의료진에 정보공개를 요청할 권리가 없다. 또 의료진은 시술로 태어난 아기의 의학적 상태를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보건부는 법안 초안이 포함된 '미토콘드리아 기증'이란 제목의 47페이지짜리 문건을 발표하면서, 오는 5월 21일까지 모든 의문사항들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짓겠다고 명시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2012년 캐머런 정부가 HFEA에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의뢰, 지난해 3월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는 보고를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HFEA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은 캐머런 정부가 " 조속히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지 약11개월 만에 법안 초안을 내놓은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유전공학자인 더그 턴불 뉴캐슬대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 정부가 드디어 법안을 내놓아 기쁘다"며 "환자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의한 인공수정을 받게 되는 환자가 연간 1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부기구 '인간유전자경고(HGA)'의 데이븐 킹 박사는 "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은 세계최초로 인간게놈조작을 허용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법제화를 서두르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기상조이며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지니고 있다. 어머니로부터만 자녀에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변이되면 심각한 대사질환,당뇨병, 암, 알츠하이머 등이 발생한다. 영국에서만 6500명 중 1명 꼴로 치명적인 미토콘드리아 변이에 의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를 온전한 여성의 것으로 바꿔야 한다.
지난 2008년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암소 난자에 인간의 피부에서 추출한 DNA를 주입해 이종혼합배아를 만들어냈고, 2012년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은 여성 2명의 난자를 혼합해 남성 1명의 정자를 수정시켜 초기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리건 연구팀은 같은 기술로 지난 2009년 원숭이 4마리를 탄생시킨 사실을 뒤늦게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영국이 세계최초로 '맞춤형 아기'의 법적 허용을 서두르는 이유는 유전자공학을 차세대 핵심 국가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복제양 돌리의 고국'이란 명성을 지키고 경제효과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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