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럽의회선거가 올해 핫이슈된 이유...극우 포퓰리스트정당 돌풍 일으키나

bluefox61 2014. 5. 23. 11:44

 경제위기를 틈타 극우주의와 반유럽연합(EU)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의원 751명을 뽑는 선거가  22일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5일까지 28개 회원국에서 치러진다. 총 3억 82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로 인도를 제외한 세계 최대규모의 선거잔치이다.
 5년마다 한번씩 치르는 유럽의회는 그동안 '유럽만의 잔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각국에서 극우, 반EU정당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기록하면서,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진지 35년만에 처음으로 극우정당 원내 교섭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유럽의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28개 회원국 중 최소 7개국 이상에서 25명 이상의 의원을 확보해야하는데 현재 추세대로하면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각국 극우정당 간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의원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당 등 극우는 아니지만 반EU를 정면에 내세운 정당들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극우 ·반EU 정당들이 유럽의회에서 약진할 경우 그동안 집행위원회와 독일 등 각국 정부가 추진해온 유럽통합 노력이 중단되거나, 심각하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회원국 문제를 넘어서 한국, 미국 등 교역 파트너 국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있다.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그리스, 체코,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핀란드 등 각국에서는 극우정당들의 지지율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지지율이 20%를 기록해 1위인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지지율(22%)을 바짝 뒤쫓았다. 주간지 파리마치 조사의 경우 FN 지지율이 24%를 기록해 UMP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영국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은 최근 선데이타임스 여론조사에서 31% 지지율을 얻어 노동당(28%), 보수당(19%)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UKIP이 돌풍을 일으키기는 해도 하원 진출에는 실패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하지만 선거일 직전에 독립당 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하는 등 막판 악재에 독립당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르펜 당수조차 UKIP 후보들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상을 비판하고 나섰을 정도이다. 오스트리아 극우정당 자유당  역시 최소 20%의 득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며, 그리스에서는 악명높은 친나치 성향 극우정당  '황금새벽당', 이탈리아에서는 오성운동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유럽 유권자들의 표심이 극우 ·반EU 정당 쪽으로 쏠리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최근들어 유럽 경제가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유로존 위기 과정에서 가혹한 긴축정책을 밀어부친 기성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불신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BBC는 21일 유럽의회선거 기획기사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핵심이슈로 실업, 이주근로자, 주권, 에너지 가격 문제 등을 꼽았다. 실업과 이주근로자는 결국 일자리 문제라고 할 수있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지난 16일 유세행사에서 EU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인적, 물적 이동을 명문화한 솅겐조약집을 쓰레기 통에 버리는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유권자들은 구제금융 과정에서 빚어진 주권침해 문제에 특히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영국 등에서도 EU 집행위원회가 밀어부치고 있는 과도한 정치, 외교, 군사, 경제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EU 집행위원회가 밀어부치고 있는 회원국간 재정·금융통합에 대해서 여러차례 반대의사를 나타낸 적이 있다.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경우 부담이 가장 큰 독일  등 동유럽 유권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이슈이다.

 유럽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반 EU 정당들이 사실상 승리할 경우 유럽 민주주의의 위기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트 최근호(17∼23일자)는 유럽의회 선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유럽 경제가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의 (기성정치체제에 대한) 환멸이 새로운 위기를 촉발할 수있다"고 지적했다. 또 "극우·반EU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약진은 브뤼셀(EU 집행위)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EU 국민들의 거부감이 큰 원인"이라며 EU 집행위와 의회의 역할을 축소하고 각국 의회에 보다 많은 권한을 이전해야한다는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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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회는 집행위원회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핵심기구이다. EU 내에 여러 기구들이 있지만 회원국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곳은 유럽의회가 유일하다. 5년마다 유럽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지며, 18세 이상 피선거권을 가진 EU회원국 국민이면 누구나 출마할 수있다. 단 회원국 의회 의원직과 유럽의회 의원직을 겸임할 수는 없다.
 각국별 의원수는 인구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총 751명을 선출하는 올해 선거 경우,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의 유럽의회 의원 수가 96명으로 가장 많고 , 그 다음이 프랑스(74명) 이탈리아 영국(각 73명) 순이다. 에스토니아, 키프러스, 룩셈부르크, 몰타 등은 각 6명으로 가장 적다.
 유권자들이 각 정당의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선거와 동일하다. 하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본래의 소속 정당이 아니라 유럽 차원의 정당연합을 결성해 활동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보수당, 독일의 기민당, 프랑스의 대중운동연합(UMP)  등 중도우파 성향의 의원들은 최대정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에 등록해 활동한다.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 등 중도좌파 성향 의원들은 유럽사회당그룹(S&D)으로 활동한다. 영국독립당, 이탈리아 북부동맹, 진짜핀란드인당 등 극우정당은 유럽자유 및 민주그룹(EFD) 소속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인 프랑스 국민전선, 헝가리 요빅크,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현재 무소속 그룹에 속해있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선거 전 영국의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후 연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유럽의회는 EU와 관련된 모든 법안에 대한 심의, 수정, 동의 또는 부결권, EU 기구 감독권, 예산 심의권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지난 2011년 유럽의회의 동의를 거쳐 발효됐다. 지난 2009년 12월 1일부터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라 의회는 집행위원장 승인권과 집행위원 후보에 대한 승인  또는 거부권도 가지게 됐다. 의회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있는 법안 발의권은 없지만,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이른바 '공동결정'권 적용 분야가 대폭 확대된 것도 리스본조약 발효 이후 변화이다. 단일시장정책, 환경, 소비자보호, 교통, 과학연구 등 기존의'공동결정' 적용분야에 농수산, 사법, 이민정책 분야가 새롭게 포함됐다. 따라서 이 분야 법안을 유럽의회가 끝까지 거부하면 폐기될 수밖에 없다. 단 조세, 경쟁, 유로화 신규가입은 여전히 '협의'분야로 분류돼있다. 유럽의회가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부문은 바로 예산안 심의권이다. 특히 농업 분야 예산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유럽의회는 집행위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이사회에 대해 예산안 수정을 제안하는 한편 예산안 전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