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에르도안, 장기집권 고지가 보인다...대선 출마 공식선언

bluefox61 2014. 7. 2. 11:27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오는 8월 터키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로 치러지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1차 투표는 오는 8월 10일, 2차 결선투표는 8월 24일 치러진다. 터키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에르도안이 승리할 경우 이전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07년 에르도안 총리는 개헌을 통해 7년 단임의 대통령 간선제를 5년 중임의 직선제로 바꿨다. 

 현재 대선 후보는 에르도안을 비롯해 야권 통합후보인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전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 친쿠르드 및 좌파성향인 평화민주당(B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스 당수 등이다. 에르도안은 1일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당대회에서 대선후보 확정 후 1시간동안 마이크를 잡고 후보지명수락 연설을 하면서 "과반 이상 득표해 1차투표로 대선을 끝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현지 일간 휴리예트는 1일 에르도안의 대선출마에 "전혀 놀랍지도 않은 뉴스"란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에르도안이 압승을 자신하기는 해도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표를 얻기 위해 화해 제스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르도안이 이끄는 AKP는 지난 2011년 총선에서 49.9%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는 부패스캔들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에르도안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면 55% 정도의 지지율로 야권 통합후보를 20%포인트 가까이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흐산오울루는 지난 6월 16일 양대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지지를 받아 통합 후보가 됐다.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CHP 당수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이흐산오울루는 특정 정당의 후보가 아닌 터키의 후보"라면서,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을 차단함으로써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세운 건국이념을 재건하는 동시에 온건이슬람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스탄불대 과학사학과 교수출신인 이흐산오울루는 OIC사무총장 전력에서 나타나듯 온건하고 근대적인 이슬람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이흐산오울루가 에르도안의 세력기반인 중장년 보수 이슬람 유권자층의 표를 일부 가져올 수있는데다가, 캐스팅보트 격인 쿠르드족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미르타스는 이흐산오울루와 달리 대선 구도에 별다른 변수가 되기 어려운 군소후보로 분류된다.

 

 


 2003년 총리에 올라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에르도안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는 무려 16년동안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재선될 경우 임기는 21년으로 늘어난다. 현행법 상 실권은 총리가 쥐고 있다지만, 에르도안은 집권 당수로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총리에 내세울게 뻔하다. 게다가 그가 총리 임기 내내 터키 정치체제를 총리 중심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될 경우 대통령중심제를 위한 개헌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에르도안을 가르켜 '터키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