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교황, 비리온상 바티칸 은행에 개혁 칼날

bluefox61 2014. 7. 10. 11:00

 교황 프란치스코가  비리의 온상이었던 바티칸은행(공식명칭은 종교사업기구(IOR))을 핵심으로 한 대대적인 경제·행정조직 개혁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신설조직인 경제사무부의 책임자로 임명된 조지 펠 추기경(호주 시드니 대주교)은 9일 기자회견에서 바티칸은행의 새 은행장에 영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유럽지역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프랑스 금융인 장 바티스트드 프랑쉬, 미디어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과 BBC 회장을 지낸 크리스 패튼 경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둘 다 가톨릭 신자이기는 하지만 성직과는 무관한 민간인 전문가이다.

 

                          <드 프랑쉬 신임 바티칸은행장>


 인수합병(M&A)전문가인 드 프랑쉬는 인베스코 CEO와 유럽펀드자산운용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교황이 올해 초 직접 재정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을 만큼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패튼 경은 외교, 행정,언론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가진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미디어개혁위원회는 이번에 신설된 조직으로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바티칸 TV와 라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부 등 교황청 매체의 현대적 조직개편을 주도하게 된다. 이밖에 교황은 연금펀드위원회를 신설하고 영국 출신의 원로사제 몽시뇰 브라이언 펌을 임명했다.

 

 1942년 설립된 바티칸은행은 교황청 재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그동안 돈세탁, 마피아와 검은 거래, 횡령 등 숱한 스캔들의 온상이 돼왔다. 한때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지난 4월 교황은 은행을 존속시키는 대신 대폭적인 구조조정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은행장 뿐만 아니라 이사회 멤버 전원을 교체했으며, 은행 업무를 대출 및 선교자금 지원에 한정하고 투자 업무는 신설되는 자산관리부로 이관시켰다. 또 은행과 별개 조직으로 주식·부동산 등을 관리해온 사도좌재산관리처(APSA)에 대한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했다. APSA는 22년간 책임자였던 눈지오 스카라노 주교가 지난해 6월 거액을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리려다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되는 등 각종 부패혐의로 비판받아왔다.

 라스탐파,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교황의 이번 개혁 특징으로▲ 민간인 전문가 대폭 기용▲탈(脫) 이탈리아를 지적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이 배제된데 대한 질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펠 추기경은 "우리는 전세계의 교회이지 로마 교구(의 교회)가 아니다"라며 " (바티칸이) 스캔들의 원인이 아니라 금융매니지먼트의 모델이 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야심"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쉬 바티칸 은행장 내정자는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가톨릭의 윤리적인 투자 기준이 자산운용의 방향"이라면서 "교황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데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