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시간은 푸틴 편? ... 국제제재에도 푸틴은 '버티기'

bluefox61 2014. 7. 21. 14:00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여객기 (MH17편)피격사건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게임 체인저(판세를 바꾸는 중대 사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사건으로 외교적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방의 경제제재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온 푸틴의 전략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 사회정치과학센터(CSPS)의 블라디미르 에프세프 소장은 20일 모스크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 여객기 피격사건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기 보다는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극적인 피격사건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서 "푸틴이 시간벌기 작전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정치분석가인 미하일 레미코프도 "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피격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진다 하더라도 푸틴은 반군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며 " 러시아가 중요하게 여기는 크림 반도의 안정 문제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으로 드러나도 푸틴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반군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강화하면 이를 계기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도의 사건 조사에 합의한데 이어, 20일에는 뤼테 총리에게 피격 여객기의 블랙박스 회수를 위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반군은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희생자 시신을 일부 수습한 다음 토레즈에서  냉동열차에 실어 모처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의 정확한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도네츠크자치공화국 측 관계자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희생자 시신을 비상대책본부가 있는 하리코프로 보낼 것을 반군에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로 볼 때, 푸틴 대통령은 어차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여객기 격추 사건 조사를 국제전문가단에 미루는 '시간벌기 전략'을 고수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간 협상을 추진하는 방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과 이익을 최대한 관철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이 말레이시아 항공 보잉 777여객기 (MH17편) 피격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폭스뉴스 등 TV 시사프로그램들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언급하면서,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에게 진실의 순간이 왔다"면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이 러시아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면서,특히 이번 사태가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 제재 단행을 위한 '자명종'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연합(EU)의 대러 경제재제는 이르면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앞서 2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화회의를 갖고 대러 제재에 합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 EU의 대러 접근방식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며 "22일 EU 외교장관들이 대러 제재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EU제재와 별개로, 런던 금융가와 거래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을 단독 제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과 EU가 추가 부과할 대러 경제제재의 수위이다.  미국은 지난 16일 대러 제재에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인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와 민간가스회사 노바텍, 러시아 핵심 금융기관인 국영은행 VEB와 가스프롬뱅크,휴대용 무기와 박격포, 탱크 등을 생산하는 8개 무기 생산 업체 등을 포함시켰다.

 

 <서방의 러시아 주요 제재>
 3월 6일: 미국, 우크라이나 사태에 연루된 러시아의 관료 및 개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러시아와 양자 무역·투자 협상 보류.
 3월 17일 :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 등 총 11명 자신동결 및 미국 입국 금지
 3월 20일 : 미국,러시아인 20명과 로씨야은행 1곳 자산동결.
 4월 12일: 크림자치공화국 정·재계 인사 및 기업 제재
 4월 28일 : 미국,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 및 볼가그룹, 트란스오일 등 러시아 기업 제재.
 4월 29일:유럽연합(EU), 러시아 군 정보국 및 크림자치공화국 관계자 등 비자발급 중단 등 제재 .
 7월 16일 : 미국, 러시아 노바테크와 로스네프트 등 에너지 기업과 가스프롬뱅크, VEB, 8개 무기회사 제재
 7월 22일 :EU 외교장관회의, 러시아 기업 대상 경제제재 예정 


 지금까지 취한 러시아인과 러시아 기업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과 비교하면 매우 확대된 조치지만, 러시아 경제의 핵심 부문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즉, 세계최대 천연가스 회사이자 러시아 정부가 50%가 넘는 지분을 가진 가스프롬은 이번에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스프롬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세이 밀러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처럼 가스프롬에 대한 제재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가스프롬을 차단할 경우 유럽 우방국들에게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일 러시아 국영언론 리아노보스티는 가스프롬뱅크를 통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있다며,미국의 추가제재에도 불구하고 가스프롬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EU는 지난 16일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기업 명단을 작성하는 등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이다.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사태 악화 책임자들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온 EU가 러시아 기업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유럽투자은행(EIB)의 러시아 신규 투자 중단은 이미 확정됐다. 따라서 EU가 과연 러시아의 어떤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릴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은 EU의 이번 러시아 경제제재가 지난 16일 미국 정부가 내놓은 추가 제제보다는 낮은 수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