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낸 81세 노정치인

bluefox61 2014. 12. 10. 15:35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취한 부적절한 행동을 국가안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거나 경감시킬 수는 없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대테러전의) 압력과 (고문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보분야 종사자들은 항상 우리(미국)가 어떤 국가인가를 인식하고, 우리의 법과 기준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81세 노정치인의 표정은 엄숙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강직했다. 온갖 저항과 우려를 정면돌파해  CIA 고문보고서를 공개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캘리포니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9일 워싱턴DC 상원에서 동료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진 연설에서 "추악한 진실을 직시할 수있는 국가"로서의 미국적 가치를 당당하게 내세웠다.

 

 

 보랏빛 투피스를 입고 연단에 오른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 나도 즐겁지가 않다"며 그동안 겪어야했던 갈등과 내적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는 미국이 과연 공정한 사회, 법치국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고 다시는 그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국가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 보고서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했다.  

 이슬람국가(IS)의 준동,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신동서냉전 등 극도로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이유로 보고서 공개를 취소하거나 미뤄야했다는 비판론에 대해선 " 혼란과 불안정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가 공개되던 공개되지 않던 간에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 테러리스트들을 막아야한다는 CIA의 의지와 정보확보를 위한 의지를 이해한다"면서도 "  CIA의 고문은 우리의 가치와 역사에 오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보고서 공개에 앞서 CIA, 백악관, 공화당 관계자들과 지난 수개월간 격렬한 토론과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CIA가 정보위 컴퓨터에 몰래 접속해 불리한 정보를 삭제하고 소속 의원들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고,이에 대해 존 브레넌 CIA 국장이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 등 행정부 내에서도 반대론이 상당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파인스타인 위원장 쪽에 힘을 실어주면서 결국 보고서 공개가 이뤄지게됐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5년간 보고서 작성을 이끌어온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5선의 최고령 현직 상원의원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의 후손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샌프란시스코 최초 여성시장, 캘리포니아주 최초 여성 연방상원의원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파인스타인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안보 이슈에 관한한 중도 보수파로 분류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때 ‘패트리어트법’에 찬성표를 던졌고, 국가안보국(NSA) 비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반역자’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테러전을 명분으로 한 CIA의 고문행위가 자유와 인권이란 미국의 건국이념과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것을 용인할 수없다는 파인스타인의 의지와 뚝심이 보고서 공개를 강행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