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가와 러시아 정치..위기의 푸틴

bluefox61 2014. 12. 17. 14:48

 전 세계의 시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또다시 집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기자회견 때 약 4시간 반동안이나 마이크를 잡고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권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맹비난하며  자신만만했던  푸틴이 과연 이번에 위기의 러시아 경제를 되살려낼 수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있다.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푸틴이 서방 제재를 풀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유화책을 내놓을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하지만, 고유가에 의존했던 푸틴 체제가 이미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지난 15년간 푸틴이 공들여 구축해놓은  경제시스템 기초가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푸틴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여전히 80%선을 유지하고 있다.푸틴의 최측근이었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루블화 가치하락은 유가 하락과 경제제재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 조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푸틴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는 31일은 푸틴이 러시아 최고 권력자가 된 지 꼭 15년째가 되는 날이다. 푸틴은 2000년 5월 대통령 취임식을 갖기 전,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됐다. 2008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 2인자인 총리로 물러나 앉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러시아의 실질적 권력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니라 푸틴 총리였다는데  이견이 없다.
  푸틴 1,2기 체제가 승승장구할 수있었던 비결은 바로 당시 고유가였다. 오일머니가 쏟아져들어오면서 근로자의 수입이 10배 이상 늘며 중산층이 확대됐고, 러시아의 국방력과 외교력도 막강해졌다. 지난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 침공을 단행할 수있었던 데에는, 당시 배럴당 140달러였던 고유가에 따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했을 때만하더라도 유가는 1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균형재정을 이루기 위해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는 되야 한다.그러나 국제유가는 이미 60달러선이 붕괴된 상태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유가 추락이 소련과 러시아 역대 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전례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1991년 소련이 무너진 것과  당시 유가 하락세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공격적인 군사작전을 펼쳤을 당시에만해도 고유가의 힘이 컸지만,1980년대 중반 국제유가 대폭락으로 경제위기가 초래되면서 결국 소련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소련 붕괴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러( 2014년 기준 30달러)선까지 추락했었다. 디폴트 위기가 초래됐던 1998년에도 저유가와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해 옐친 정권이 사실상 붕괴했다. 미국 우드로 윌슨국제센터의 연구원 질 도허티는  16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의 한 야당지도자 말을 인용해 " (경제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정쟁이 본격화되면서 평화적 권력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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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발 경제위기가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무려 6.5%포인트나 추가인상하는 충격요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16일  루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사상최고인 달러 대비 80루블 선을 돌파하더니 68루블로 거래를 마쳤다.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2015년 1월 인도분)가격도 이날 영국 런던 시장에서 2009년 7월 이후 약 5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선 아래로 떨어져 배럴당 59.38달러를 기록했다.주식시장에서는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주가가 전일 대비 17%,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주가 역시 전일대비 10% 폭락했다.  러시아 경제로선  그야말로 ‘검은 화요일’이었던 셈이다.
 ‘백약무효’ 상황에 러시아 경제당국자들도 망연자실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슈베초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며 "불과 1년전만해도 상상조차 하지않았던 악몽"이라고 털어놓았다. "루블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엘비라 나비우리나 총재의 발언과 달리 중앙은행 내부에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발언이다. 이타르타스,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1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렸지만,참석자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후 알렉세이 율루카예프 경제장관이 언론인터뷰에서 " 루블화를 달러화로 바꾸지 못하게하는 자본통제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루블화 가치 추가하락과 금융거래 제한에 대한 우려로 물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가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5거래일 연속 폭락해 16일 달러당  2.736 헤알로 마감했다. 헤알화 환율이 달러당 2.73헤알을 돌파한 것은 2005년 3월 25일(2.737헤알) 이후 9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당 1만2689루피아까지 떨어져 지난 1998년 8월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터키 리라화 역시  16일 장중 달러 당 2.41리라를 기록해 전날 기록한 사상 최저치 2.39리라에서 추가로 하락했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경우 현재와 같은 국제유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12개월 내에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이 무려 97%에 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러시아 등 신흥시장이 1998년 때와 같은 외환위기 때와 같은 디폴트 상황을 맞을 수도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돈뭉치들이 투자안전처를 찾아 이동하는 현상도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는 16일 사상최저인 0.56%를 기록했다. 사실상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안전한 곳에 돈을 묻어두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지금 당장 디폴트에 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게 보고 있다. 러시아 기업 및 금융기관의 12월 만기외채가 약350억 달러에 이르기는 하지만, 1998년 당시와 달리 정부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방어 때문에 줄기는 했으나, 외환보유고도 약 42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러시아 경제가 부도상황을 맞게 될 경우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직격탄이 될 수 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