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무함마드 만평, 왜 문제인가...표현의 자유 수위 논쟁

bluefox61 2015. 1. 8. 12:12

프랑스 만평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의 뿌리는 10년 전인 2005년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영화감독 살해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이슬람의 여성인권탄압을 비판한 영화 ‘굴종’을 발표했다가 이슬람 신자인 한 청년에 의해 백주대낮에 테러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 해 덴마크 신문 율라트포스트는 반고흐 테러사건을 강력히 비판하는 의미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해당 신문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하던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언론사들의 동조 만평 게재로 양진영 간 갈등 확산으로 이어졌다. 동조 만평을 게재한 언론사 중에는 샤를리 엡도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는 파키스탄 대사관을 임시 폐쇄해야 했으며, 이란에서는 영국과 독일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이슬람교 풍자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서방국의 가치와 이슬람적 가치가 충돌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지난 2011년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화를 게재해 방화피해를 겪은데 이어, 2012년 또다시 무함마드를 폄하하는 만평으로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 이슬람 단체들에 제소를 당했다. 이후에도 잡지는 끊임없이 무함마드와 관련된 만평을 게재했고, 사건 당일날 아침에는 트위터에 극단 수니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만평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 약 16억 명의 종교인 이슬람교의 창시자를 극단적으로 조롱하는 만평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왔다.일각에서는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을 과도하게 조롱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샤를리 엡도가 무함마드 폄하 만평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당시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이 "정말로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을 만큼 분별있고 지적인 만평이냐"고 비난하는 등 프랑스 정부는 물론 미국 백악관도 샤를리 엡도가 좋은 판단을 한 것인지에 공개적으로 문제삼기도 했다.
 

중립적이기로 정평난 파이낸셜타임스도 7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슬람을 극단적으로 조롱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계 내에서는 무힘마드와 이슬람을 조롱하는 만평을 상업주의로 보는 시각이 있는게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온라인기사에 대한 항의가 쏟아지자 일부 문장을 삭제했다. 8일 사설에서는 "샤를리 엡도가 우와 다른 관점에 서있다 하더라도 그 언론인들의 용기와 언론출판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온글>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잡지사 샤를리 엡도 테러 공격으로 인해 언론사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사망한 가운데 ‘성역 없는 보도’를 해 왔던 희생자들의 삶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교 뿐만 아니라 가톨릭, 유대교 등 종교는 물론 극우주의, 정치 등에도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해온 타블로이드 주간신문이다. 지난 2011년 이슬람교 지도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실어 논란이 됐으며, 그 해 11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사무실이 불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는 무함마드 누드를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이자 만평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47)는 "비열한 쥐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 "무릎을 꿇고 살아가느니 차라리 서서 죽는 쪽을 택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을 정도로 신념이 강한 논쟁적 언론인이었다. 2013년 알카에다의 표적이 돼 살해 위협을 받아오며 경찰의 보호 아래 생활했지만 그는 ‘두려워할 시간이 없다’며 논쟁적인 만평과 캐리커처를 이어갔다.  


2012년 9월 무함마드가 휠체어에 앉은 그림을 그린뒤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이런 그림을 그려 충격받을 사람이 있다는 위험을 의식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다른 그림도 그려서는 안된다"고 밝혔으며, 그해 AP와의 인터뷰에서도 "내게 무함마드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라며 "나는 코란 율법이 아닌 프랑스 법 아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로 사망한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베르나르 마리(68)는 ‘온클 베르나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으며, 언론인 이전에 프랑스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바 있다.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7일 마리에 대해 "매우 교양있고, 친절하고, 관용이 넘쳤던 사람"이라고 회고하며 "그가 오랫동안 매우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만평가들의 아버지’로 알려진 조르주 볼린스키(80)에 대해 르몽드는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와 만평가들의 ‘정신적 지주’"라며 "언론 자유의 살아 있는 화신이었다"고  추모했다. 장 카뷔(76) 수석 만평가는 생전에 "가끔 웃음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웃음, 유머, 조롱은 우리의 유일한 무기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 베르나르 베라크(58) 만평가 등 총 직원 10명이 사망했다. 샤르보니에를 보호하는 임무를 담당하던 경찰과 테러를 막으려고 시도했던 경찰도 2명 희생됐다. 


샤를리 엡도는 이번 테러 발생 1시간 전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이슬람을 조롱하는 만평을 올렸다. 만화 속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몸 건강해’라는 새해 인사를 건네고 있으며 그 옆으로 "프랑스엔 아직 테러가 없네?"라고 도발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BBC는 "해당 트위터를 누가 올렸는지 아직 확실히 나타나지 않았다"며 "계정이 해킹을 당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