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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역사여행-⓶이스탄불 : 술탄 메메트 2세를 찾아서...

bluefox61 2024. 8. 7. 12:50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 내부. 거대한 크기의 원판 8개가 걸려있는데,  알라와 무함마드(마호메트), 그리고 초기 칼리프들의 이름이 씌여있습니다. 사진에서 오른쪽 두번째 글씨가 바로 '알라'입니다. 현지 가이드 덕분에 어디서든 이 글씨를 바로 알아볼 수있게 됐습니다.  

 

 

이스탄불 여행은 대부분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술탄 메메트 2세 역시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이 하기아 소피아였습니다. 공방전이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이 곳에서 모여 공포에 떨며 기도를 올렸다지요.  메메트 2세는 성당에 들어서기전 병사들이 베어온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목을 성당 앞 원주에 내다 걸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동로마 제국을 세운 황제와 제국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키려다 죽은 황제가 같은 이름이란 점이 왠지 공교롭고 애잔하네요.

 

메메트 2세가 올려다보았을  하기아 소피아 내부의 웅장한 천정을 저도 한참동안 올려다봅니다. 다만 지금은 박물관에서 종교시설로 바뀐 후 1층 기도 공간에는 관광객 입장이 금지돼있어서, 2층 발코니 공간에서만 아래 위를 구경할 수있더군요. 메메트 2세는 성당을 부수지 않고 모스크로 바꾸라고 명령했고, 그 이후 성당 내의 모자이크 성화 위에 회벽칠을 했다고 합니다. 한 참 지나서 회칠을 벗겨내고 모자이크화들이 다시 햇빛을 보게 됐는데, 가장 중요한 중앙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는 흰색 가림막에 가려져있더군요. 

 

흰색 가림막 뒤의 성모마리아 모자이크화.

 

기록에 따르면, 하기아 소피아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비잔티움이라고 불리던 곳에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을 붙여 동로마 제국 수도로 삼은지 약 30년이 지난 360년 콘스탄티누스 2세에 의해 건립됐는데, 404년 폭동 때 완전히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1년 뒤 테오도시우스 2세가 같은 자리에 성당을 세웠지만 532년 대화재로 거의 다 불타없어져버렸고,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명령에 따라 이전 보다 더 크고 화려한 성당 짓기 공사가 시작된 지 불과 5년 10개월만에 완공됐습니다. 지름 32미터, 높이 62미터의 돔 천장 등 하기아 소피아의 엄청난 실물을 보니, 크레인도 없었던 6세기에 어떻게 이렇게 큰  건물을 그렇게 빨리 지을 수있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성당 곳곳에 사랑하는 황후 테오도라와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고 합니다. 

 

성당은 4차 십자군 원정 때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십자군들은 콘스탄티노플을 무자비하게 약탈했는데,  성당 내부에 붙어 있던 황금 모자이크, 보석, 성유물 등 닥치는대로 도둑질했지요.  베네치아 성 마르코 대성당  테라스에 있는 4마리의 말 청동상이 바로 그때 콘스탄티노플에서 약탈해온 것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죠. 원래는 콘스탄티노플 전차경기장 히포드롬을 장식하기 위해 그리스 키오스 섬에 있던 것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대성당을 장식한 청동상은 복제본이고, 원본은 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2층 갤러리를 걷다보면 대리석 바닥에 있는 묘판이 눈에 띕니다. 유럽 성당들에는 이런 묘판들이 흔하니까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묘판에는 엄청난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4차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에 대한 공격과 함락, 약탈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베네치아의 총독 엔리코 단돌로의 묘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콘스탄티노플 점령에 성공한 단돌로는 당시 노인에다 장님이었다고 하는데,  직접 콘스탄티노플 땅에 베네치아 공화국 깃발을 꽂았다고 합니다.

 

바로 여기가 그 단돌로가 묻힌 곳입니다. 단돌로는 콘스탄티노플를 점령한지 2년 뒤인 1205년 병을 얻어 고향 베네치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숨을 거뒀고, 그의 시신은 소피아 성당 안에 묻혔습니다.하지만 250여년 뒤 1453년 오스만 군대가 소피아 를 점령한 직후 단돌로의 묘지는 파괴됐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대리석 바닥에 있어서 별로 눈에 안 뜨이는데, 아무리 복원한 가짜 무덤이라고 해도 역사 덕후라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할 묘판이 아닐 수없습니다. 

   4차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약탈을 이끌었던 단돌로 베네치아 총독 묘석 . '헨리쿠스'는 엔리코의 라틴 식 표기. 

 

 

이스탄불에서 메메트 2세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하기야 소피아 뒷쪽에 있는 톱카프궁전입니다. 메메트 2세가 황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한 이 곳은 1475~1478년 쯤 완공된 후 400년 넘게 오스만 제국 황제의 궁전이었지요. 톱은 대포란 뜻이고, 카프는 '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그 유명한 하렘도 바로 이 궁안에 있지요.

 

아래 사진은 외부 정원을 지나 톱카프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의의 문' 모습입니다. 메메트 2세도 이 문을 숱하게 지나갔겠지요. 

 

성은 유럽 군주들의 웅장한 성에 비해서는 좀 소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메메트 2세도 성의 발코니에서 내다 보았을 마르마라 해협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만나는 지점의 모습입니다.

 

궁정 박물관에는 메메트2세가 직접 입었던 옷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 겁니다. 이런 스타일의 옷을 카프탄이라고 부르지요. 

 

 

성물 보관실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직접 썼다는 편지, 발자국  등등이 있습니다.  기독교의 성유물들도 많이 있더군요. 이게 다 진짜일까요? 역대 동로마제국 황제들과 오스만 제국 술탄들의 컬렉션이니까 진짜겠지요?  톱카프 궁전 입장료가 매우 비쌌지만, 정말 서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없는 이런 유물들을 볼 수있다는 점 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더군요. 

 

무함마드의 발자국

 

아래는 세례자 요한의 팔뼈와 두개골 뼈의 일부 입니다.본래는 안티오크에 있던 것을 콘스탄티누스 8세가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톱카프 궁전 성물보관실에 전시돼있는 세례자 요한의 유골

 

아래는 배를 타고 보스포러스 해협 투어를 하다가 발견한 루멜리 히사르 유적입니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 언덕에 메메트 2세가 세운 요새이지요. 콘스탄티노플 함락 몇개월 전인 1452년 메메트 2세가 약 3000명의 기술자와 인부들을 동원해 불과 4개월만에 완성해, 동로마 제국을 경악하게 만든 건 유명한 사실이죠. 맞은편에는 메메트 2세의 증조 할아버지인 바예지드 1세 때 세운 아나돌루 히사르가 있었구요. 

그 전까지만 해도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던 메메트 2세가 느닷없이 루멜리 히사르를 세우는 것을 본  동로마 제국 시민들은 공격이 머지않았음을 드디어 실감하고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합니다. 메메트 2세 군대는 원조물자를 싣고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향해  양쪽에서 대포를 쏘아 격침시켰다고 하지요. 

 

직접 올라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복원 공사중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있다해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루멜리 히사르 유적지

 

아래 사진은 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 쪽에서 본 그 유명한 삼중성벽의 일부 모습입니다. 

콘스탄티노플 성벽의 일부

성벽의 정식 명칭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입니다. 테오도시우스 2세 때인 413년부터 건축되기 시작했는데, 1453년 이전까지 이 성벽은 4차 십자군 때를 제외하곤 한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그 비결은 삼중 철벽 시스템 덕분이었죠. 그랬던 성벽이 오스만 제국의 끈질긴 공격에는 더이상 버티지 못했지요. 

콘스탄티노플 삼중 성벽 단면도 (자료사진)

 

메메트 2세는 성벽의 카리시우스 문(Charisius Gate)를 통과해 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가 소피아 대성당에 도착했지요. 

아래 사진은 현재의 카리시우스 문입니다. 저도 메메트 2세처럼 저 문을 통과해보고 싶었지만 직접 가보지는 못해서, 아쉬운대로 자료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카리시우스 문 (자료사진)

 

아래 지도는 1453년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지도입니다. 카리시우스 문과 소피아 성당이 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있습니다. 저 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지도에서 보기 보다는 훨씬 먼 거리이더군요 ㅠㅠ

                      1453년 당시의 콘스탄티노플 지도. (출처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콘스탄티노플 함락>)

 

술탄 메메트 2세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스탄불 파티흐 모스크에 있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www.dailysabah.com/istanbul/2018/05/30/erdogan-opens-renovated-tomb-of-mehmed-the-conqueror

 

Erdoğan opens renovated tomb of Mehmed the Conqueror

President Recep Tayyip Erdoğan on Wednesday attended the opening of the renovated tomb of Ottoman ruler Sultan Mehmed II, known for his conquest of...

www.dailysabah.com

 

 

이제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파묵칼레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