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에 대한 기억은 아주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축구가 뭔지도 몰랐던 나이였는데, 그 때 흑백TV로 중계됐던 국제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와 경기를 벌인 한 나라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졌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른바 ‘박스컵(정식명칭은 박정희대통령배 아시아 축구대회)’에서 한국과 맞서 싸우던 나라는 바로 버마였다. 그 나라 남자들은 치마를 입고 다닌다더라는 어른들의 말이 신기하게만 들렸다. 자료를 뒤져보니, 1971년도 제1회 박스컵축구대회부터 3회때까지 한국팀은 버마와 맞붙어 번번이 패배의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한국팀의 연이은 버마 굴욕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한숨과 눈물을 쏟아냈고, 신문마다 대표팀을 질타하느라 난리가 났었단다. 축구와 레슬링이 사실상 유일한 국민적 오락거리였던 때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