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76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하)

독일 베를린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튀링거바르테. 행정구역상으로 바이에른주에 속하는 이곳은 1990년 통일 전까지만 해도 서독쪽에서 국경선 너머 동독 튀링겐주 쪽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산 정상부분에 세워진 약 26m 높이의 전망탑에는 그리운 고향 땅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려는 실향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동서로 가르며 지나는 국경선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철조망의 동쪽 군사지역은 동독 군인들이 시야 확보를 위해 나무를 몽땅 베어내고 지뢰 등을 매설한 ‘불모의 땅’이었다. ▲ 독일 바이에른주 튀링거바르테의 전망탑에서 지난 16일 바라본 옛 동서독 국경지대의 모습. 가운데 옅은 녹색의 띠가 철조망이 설..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중)

옛 동독지역인 작센주의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의 성지같은 곳이다. 라이프치히가 없었다면 베를린 장벽은 오늘날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작은 1989년 9월4일이었다. 라이프치히 구시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니콜라이 교회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평화 기도회’를 마친 수십명의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우구스투스 광장(당시 이름은 칼 막스 광장)에서 동독 정부의 압제에 항거하는 평화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이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평화기도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 숫자가 불어났고, 10월9일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일에는 무려 7만명의 시민들이 ‘우리는 국민이다(We Are the People)’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다음주 ..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 (상)

10월3일 독일 통일 20주년을 앞두고 다시 찾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지난 12일 베를린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면서 받은 강렬한 첫 인상은 베를린이 통일 20년 만에 독일의 수도로 제 모습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통일 10주년이었던 지난 2000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옛 동베를린 지역은 역사적 건축물을 비롯해 낙후된 사무실, 주요 건물을 재건축하고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공사들 때문에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장벽으로 나뉜 동독과 서독 사이의 이른바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놓였던 포츠담광장 역시 최신식 소니센터 건물을 제외하곤, 이곳에 들어설 건물과 공공시설들을 위한 터닦기 공사로 온통 북새통이었다. 동베를린 지역에도 현대식 건물 하지..

오스카의 저주는 계속된다

오스카의 저주’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올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샌드라블록이 남편과의 불화설 속에서 18일 영국 런던 홍보행사 불참을 공식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들을 유난히 희생물로 삼는 ‘오스카의 저주’가 다시한번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10명(힐러리 스웽크 2차례수상) 중 이혼이나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겪지 않은 사람은 3사람(마리옹 코티아르, 헬렌 미렌, 니콜 키드먼)뿐이다. 다시 말해, 수상후 저주에 걸린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오스카의 저주’는 지난 15일 케이트 윈슬렛의 이혼 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윈..

21세기 첫 10년간 최고의 영화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가 프랑스와 미국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필름코멘트’에 의해 21세기 첫 10년, 즉 2000년대에 발표된 전세계 영화들 중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특히 카이에 뒤 시네마는 봉준호 감독의 을 2000년대 최고 10대 영화 중 4위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필름코멘트는 봉준호의 과 을 2000년대 100대영화의 71위와 84위에 각각 선정했고, 홍상수의 과 을 83위와 97위에 각각 랭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한국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순위에 한편도 오르지 못했다. 다음은 두 잡지가 영화평론가들에게 의뢰해 선정한 2000년대 최고 영화 순위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 1.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미국/2001년2.엘레펀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체포에 대해

로만 폴란스키(76)감독의 체포가 영화계는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2년 전 미국에서 13세 소녀모델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6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체포된 폴란스키는 29일 현지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형사법원에 따르면 석방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주중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스위스 형사법원은 또 미국 사법당국이 스위스 법무부에 폴란스키 감독 체포를 요청한 것이 합법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영화계는 그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위스 정부에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30일 현재까지 약 140명의 저명한 감독, 제작자, 영화배우 등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디 앨런, 페드로 알모도바르, ..

인터뷰/ 김혜자

영화 ‘마더’ 속의 엄마는 달리고 또 달린다. 나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아들 입에 밥 한숟가락이라도 더 넣어주기 위해, 억울한 ‘내 새끼’의 누명을 벗길 증거를 찾기 위해 엄마는 시장통으로,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인적이 뜸한 들판으로 정신없이 달린다. 그 엄마를 연기한 배우 김혜자(사진)씨 역시 현실세계에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끔찍한 빈곤과 질병 속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품에 안기 위해서, 그 비극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애당초 그 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50여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온 배우로서,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손자손녀까지 둔 할머니로서 안락한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 입에 ..

카리스마 넘치는 영조, 거침없는 '야동순재'... 이순재 인터뷰

드라마 ‘이산’의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 영조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야동순재’를 한 인물로 상상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연기자 이순재(74·사진)씨라면 가능한 일이다. 데뷔한 지 올해로 53년. 텔레비전, 영화, 연극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다. 1990년대 초·중반 국회의원으로 잠시 ‘외도’ 한 적이 있지만, 그때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는 않았다. 최근 그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선정한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는 명예를 안기도 했다. “예술은 종착점도 없고 완성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예술가에게는 매일 새롭게 창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이 길에는 끝이 없구나’ 절감하곤 해요. 늘 열심히 노력해서 나 자신의 한계를 ..

인터뷰/구혜선

그의 행보는 확실히 특이하다. 드라마 한편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의 스타로 떠오른 후, 모두들 그가 절정의 인기에 힘입어 TV 광고의 명실상부한 ‘퀸’으로 등극하거나 껑충 뛰어오른 개런티를 받으며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는 공식대로 가지 않았다. 대신 생애 첫 소설을 발표했고, 단편영화로 감독데뷔를 했으며,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직접 작곡한 뉴에지풍의 연주곡 8곡이 수록된 CD를 발매했으며, 일본의 세계적인 거장 이사오 사사키와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남들은 몇 년이 걸려도 해낼까말까한 이 모든 작업을 그는 불과 5개월 동안 차근차근 세상에 내놓았다. 본업인 연기는 현재 올스톱.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의 얼굴을 드라마에서 볼 일이 없다. 대신 그의 스케줄표에는 제..

인터뷰/윤제균

지난 2001년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10대 뉴스’에는 이런 항목이 있었다. ‘한국 영화의 조폭신드롬’. 되돌아보니, 그해 유난히 조폭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긴 많았다. ‘친구’를 시작으로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가 모두 한 해에 상영됐으니 말이다. 2001년 끝자락에 조폭 코미디 한 편이 더 선보였다.‘두사부일체’. 윤제균(40)이란 신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다른 조폭 코미디와는 조금 달랐다. 조직의 넘버2가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뒤늦게 학교로 돌아간다는 설정의 이 코미디는 사학비리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었던 것. ‘두사부일체’는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한번도 차지하지 못하면서도 350만여명을 동원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8년 전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