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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문학세미나장. 한 중년 남자가 서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볼탄스키( 다니엘 오테이유) . 프랑스 파리에서 성공했지만 '얼굴없는 작가'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세상에 세르쥬 노박이란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을 훑고 다니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아름다운 여성에게 머문다. 여자는 자신의 남편에게 문학계 동료인 듯한 또다른 남자를 소개해주고 있는 참이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잠시 후, 다니엘의 시선은 세미나장 구석 기둥 뒤에서 아까 그 남자와 진한 포옹을 나누는 여자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 그녀는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영화가 '시선의 떨림'으로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선은 곧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대가를 요구하는 법..

[피의 다이아몬드]

"올 것이 왔다. " 크리스마스와 연말 최대 대목을 노리고 있는 미국 및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가 지금 영화 한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가 바로 문제의 영화. 국내에서도 출판된 미국 언론인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토대로 한 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인 용병 주인공(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이 다이아몬드 밀매사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현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과 서구 거대기업의 탐욕 실상을 체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이 영화 때문에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구매거부 운동이 일어날지도 모를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로 연기력을 ..

수렁에 빠진 이라크

오늘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꼭 1345일째 되는 날이다. 이라크의 혼란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하루동안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로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며칠사이 이라크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시민들에게 어제(23일)는 지옥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바그다드내 빈민지역인 사드르시티에서 수차례의 자살폭탄과 수류탄 공격으로 16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금 바그다드에서는 TV, 라디오는 물론이고 모스크 스피커를 통해 헌혈을 호소하는 긴급방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수도 한복판에 있는 정부기관에 무장괴한 수십명이 침입해 장관..

로버트 알트먼을 추모하며

그는 세월에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모난 돌이라도 긴 시간동안 구르다보면 어느새 둥근 차돌이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험하기로 소문난 영화계에 반세기동안이나 몸을 담아 왔던 그는 둥글둥글해지는커녕 더 날이 서고 카랑카랑해질 뿐이었다. 그가 둥글둥글해지지 않았던 것은 평범한 돌맹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원석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70대 나이에 받았던 심장이식수술도 그의 에너지와 성마른 기질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다섯번이나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라놓고도 단 한차례 수상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했을만큼 할리우드의 미운털이 깊이 박혔던 그가 지난 3월 드디어 생애 유일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슴에 안았다. 일명 ‘평생공로상’. 그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십여년전에 ..

케리의 말실수 스캔들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존 케리(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실수가 연일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그는 최근 한 대학교 강연에서 “공부 열심히 해라. 숙제도 잘하고 똑똑해지려면 노력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에 처박혀 고생하게 된다”고 말했다가 엄청난 항의와 정치공세를 받고 있다. 그의 말 그대로라면, 이라크 전에 투입돼 싸우고 있는 미군병사들은 공부 못해서 그 고생을 하고 있다는 논리가 되는 셈이다. 당혹해진 케리는 ‘공부 열심히 안하고 똑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결국은 사람들을 이라크에 가게 만들고 고생시키게 된다. 부시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란 원래 원고의 문장을 자신이 조금 잘못 읽는 바람에 오해를 사게 됐다며 백배 사죄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

숀 펜

미국이 유엔에서 이라크 무력제재안 통과를 한창 밀어부치고 있던 2001년 10월 18일 , 워싱턴포스트지에 편지로만 이뤄진 이색적인 광고 한 개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부시 대통령께. 당신이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공격계획과 테러와의 전쟁은 시민권을 파괴하는 것이며 선과 악에 대한 단순하기 짝이 없고 선동적인 견해를 보여줄 뿐입니다.” 이날 아침 워싱턴포스트를 펼쳐든 독자들은 누군가가 최소 5만달러가 넘는 지면을 사서 대통령에게 이런 공개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편지 끝에 적힌 서명을 보고나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은 숀 펜(46)이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현역배우들 중 수전 서랜든, 팀 로빈스와 함께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는 숀 펜의 반 ..

미 영화계, 오스카 레이스 시작

내년 2월말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영화상을 겨냥한 치열한 수상 경쟁이 미 영화계에서 벌써부터 불을 뿜고 있다.미 영화 아카데미가 당초 3월에 열리던 시상식을 지난해부터 한달 빠른 2월로 앞당기면서, 가을 시즌에 들어서자마자 오스카 레이스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9월부터 매주마다 이른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과 평론가들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영화들은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수상은커녕 일찌감치 관심권 영역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년에는 8월 여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한 숨 돌릴 여유가 있었던 미 영화계에게 가을 시즌은 사활을 건 또다른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분석했..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28일 3차 예비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탄생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 등 막판 변수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7명의 후보들 중 반장관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유엔 쪽에서는 다음달 2일 4차투표로 사실상 새 사무총장의 선출을 매듭짓는다는 분위기여서, 역사적인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의 탄생 여부가 조만간 가려지게 됐다. 따라서 이제는 유엔사무총장 배출국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며, 한국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어떤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여론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다면, 한국으로서는 크나큰 경사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최근 ..

라디오스타

낡지만 구태의연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이 바로 그랬다.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결론은 과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자정이 넘긴 시간까지 이불 속에서 이어폰으로 몰래 라디오 방송을 듣곤 하던 시절의 감성을 새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요즘 청소년들이야 라디오를 듣어도 ‘콩’이니 ,‘단팥’이니, ‘미니’ 프로그램으로 다운로드해 듣고 보는(보는 라디오!) 세대지만,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화려하게 발달해도 라디오의 제 맛은 사람사는 이야기이며, 각박한 세상살이의 맛 역시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란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마치 추운 날씨에 향긋한 커피가 아니라 뜨끈한 어묵..

멜 깁슨 <아포칼립토> 도박 성공할까

멜 깁슨은 과연 미친 천재인가, 아니면 진짜 미치광이인가. 베르너 헤어조그가 아마존 열대우림 한가운데에서 악전고투 끝에 걸작 를 창조해냈던 것처럼 , 깁슨 역시 또 한편의 광기로 똘똘 뭉친 문제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는 에서 메콩강 정글 깊숙한 곳에 은둔한채 자신만의 광기 속에 빠져들었던 쿠르츠 대령의 운명을 따르게 될 것인가. 깁슨은 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또다시 작성할 수 있을까. 멜 깁슨의 문제작가 12월초 개봉을 약 두달이나 앞둔 벌써부터 미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워낙 미국 영화계의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의 작품인데다가, 최근 깁슨의 만취난동과 반유대발언 파문이 컸던터라 흥행성공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