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새로운 빙하기 경고한 영화 '투모로우' 현실로? ... 북미 강타한 살인한파

bluefox61 2014. 1. 7. 11:50

지난 2004년 할리우드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북극 지역에 강력한 '폴라 보텍스' 3개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북미 지역을 덮치는 바람에 캐나다와미국이 사실상 빙하시대를 맞는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워싱턴 DC의 연방정부가 한파를 피해 남쪽으로 이전하고, 미국 국민들이 그토록 무시하던 멕시코로 불법입국하는 상황이 묘사돼 흥미로왔던 영화이죠. 


영화 속에서는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을 위해 국경을 열어주는 '자비'를 베풀어줍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지만요.


요즘 미국이 살인한파에 시달리면서, 온통 눈과 얼음에 휩싸인 미국 곳곳의 모습이 외신 사진과 비디오 화면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이번 현상의 원인으로 꼽히는 '폴라 보텍스'란 무엇일까요. 폴라 보텍스의 남하를 가져오는 원인은 무엇이고, '북극진동'이란 또 무엇일까요. 사실 지난 2012년엔가 한국에서도 혹한이 덮치면서 '북극진동'이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우리에게도 낯선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 연초부터 극단적인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 캐나다와 미국은 수십년 만의 살인한파로 얼어 붙었고, 영국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겨울 폭풍으로 홍수, 해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름을 맞은 남반구에서는 체감온도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북극 한파가 남하하면서 기록적인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6일 미국 국립기상청은 약 2억 명이 한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노스 다코다 주 서부와 동부 지역 기온이 영하 51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중부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기온이 영하 70도까지 곤두박질 칠 전망이다. 


이런 기온에서는 피부를 몇 분 간만 노출해도 동상에 걸린다 .국립기상청은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국립기상청이 허리케인이 빈번한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기상 경보를 내리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주 겨울폭풍 허큘리스로 폭설이 내린 데 이어 최악의 한파가 발생하면서 약 20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약 4400편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3600편이 지연됐으며, 난방용 기름값과 식품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AP, CNN 등 미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북미 지역의 이번 한파는 기상상식을 뒤바꿔 놓고 있다. 노스 다코다 주의 영하 51도는 혹한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바이칼 주변 도시 이르쿠츠크, 몽골 울란바토르 등의 기온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미네소타 주의 덜러스 경우 6일 오전 최저 기온이 영하 33도를 기록했는데 이르쿠츠크의 6일 최저 기온은 영하 33도, 7일 최저 기온은 영하 20도이다. 


온화한 남부 조지아 주 애틀란타는 6일 영하 13도였던 데 비해 러시아 모스크바의 이날 최저기온은 0도를 기록했다. 남부 테네시 주 내슈빌 역시 6일 영하 13도를 나타냈는데, 이날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최저기온은 영하 1도였다.

 

 

 

이번 한파는 이른바 '극 소용돌이(Polar Votex)'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발생한 것이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와 남극의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하는 소용돌이이다. 북극의 '폴라 보텍스'는 캐나다의 배핀 섬과 시베리아의 북부에 중심을 두고 길게 늘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토네이도, 허리케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는 주변의 제트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을 때는 가로막혀서 내려올 수없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남하해 엄청난 한파 피해를 초래한다. 그러니까 '폴라 보텍스'의 움직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게 제트기류인 것인데, 이른바 '북극 진동'이 약화되면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폴라 보텍스'의 남하가 초래된다.

지난해 3월 유럽이 반세기 만의 혹한을 겪었던 것도 '폴라 보텍스'의 영향에 따른 결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북극진동'은 아래 박스 기사 참조)

 

 <영화 '투모로우'에서 폴라 보텍스를 묘사하는 장면>

 

<영국의 거대 해일>

 

한편 대서양 건너 영국 서남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강풍에 따른 해일과 범람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서부 웨일즈 주, 콘월, 소머셋 주 등에서는 기록적인 겨울 폭우가 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수천 가구가 침수됐다. 남서부해안지역에서는 강풍으로 8m가 넘는 파도가 덮치고 있다.  


범람 경보로 웨일스의 항구도시 뉴포트 인근 웬틀룩의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했으며, 브리스톨 시는 도심 에이번강 주변에 홍수 차단벽을 긴급 설치했다. 철도, 고속도로 침수로 통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6일 현재까지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남반구 아르헨티나에서는 40도를 넘는 100여년 만의  불볕 더위가 계속되면서 열사병과 탈수 증세로 10여 명이 사망했다. 브라질 파울루 시의 기온도 한때 35.4도까지 올라 70년내 최고 기록을 세웠고, 칠레에서는 고온 건조한 기후로 인해 대형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2012년초 혹한이 발생했을 당시 원인을 설명한 그래픽>

 

 

 

<퍼온글> 

 

극진동은 지구본을 극 위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 그림과 같이 극지역과 이를 둘러싼 중위도 지역의 해면기압이 서로 반대의 위상을 가지고 진동하는 형태로 정의된다. 그림과 같이 해면기압의 편차값이 극지역에서 음, 중위도에서 양일 때를 양의 극진동 상태라고 한다. 반대로 해면기압 형태가 극지역에서 양, 중위도에서 음일 때를 음의 극진동 상태라고 한다.


극진동이 양의 상태일 때에는 극주변 상공의 극 제트류가 강해지고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이 북쪽으로 북상하게 되며, 북반구 대기의 흐름도 동서방향으로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반대로 극진동이 음의 상태일 때에는 극 제트류가 약해지고 극지역의 기압이 양의 편차를 나타낸다.


극진동의 공간 형태

극진동의 공간 형태

 

 

이 시기에 중위도 지역의 대기 흐름에는 작은 규모의 소용돌이(eddy)가 많아진다. 이러한 극진동의 변동은 대기 내부적 비선형성과 해수면 온도, 해빙, 눈 덮임, 온실가스 등의 여러 외부적 요인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며, 최소 10일 이상의 주기를 갖는다.


그렇다면 극진동과 동아시아 지역의 한파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2005년 겨울의 한파 예를 들어 설명한다. 2005년 11월 중순 이후 그해 겨울 내내 계속된 극진동이 강한 음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변화와 동아시아 기압골 및 제트기류의 변동을 분석하였을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우리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극진동의 음의 상태에는 북극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양의 기압편차와 중위도 지역의 소용돌이 발생이 증가하여 시베리아 지역에 강한 고기압이 발달하도록 유도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제트기류 및 기압골이 강해지면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음의 극진동 시기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기온이 평균보다 훨씬 낮아진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북미 및 유럽에서도 강력한 한파가 수차례 발생하였는데, 이는 동아시아 한파가 단지 동아시아에만 국한되는 국지 현상이 아니라 북반구 전체에 걸쳐 진동하는 극진동에 의한 것이라는 간접증거이기도 하다.


극진동 지수와 동아시아 기온 사이의 관계. 오른쪽이 음의 극진동 상태를 나타낸다.

극진동 지수와 동아시아 기온 사이의 관계. 오른쪽이 음의 극진동 상태를 나타낸다.


현재 극진동의 정확한 예측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기는 해양-해빙-지면등과 어울려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자체적으로도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비선형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학자들이 극진동의 변동을 더 자세히 연구하면서 몇 가지 희망적인 점도 발견하였다.


극진동의 변동은 지표면과 대류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층권의 흐름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성층권의 흐름은 대류권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천천히 변동한다. Baldwin과 Dunkerton은 성층권에서 시작된 극진동 시그널이 지표면을 향하여 아래로 전파하면서 대류권 극진동의 변화를 유도함을 밝혔다.


성층권으로부터 대류권으로 극진동의 전파

성층권으로부터 대류권으로 극진동의 전파


따라서 성층권 변동에 따른 대류권 극진동의 변화가 정확히 이해된다면 현재 대기과학의 난제로 남아있는 열흘에서 한 달까지의 중장기 예보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미국 기상청은 매일의 극진동 지수를 생산하고 극진동의 중장기 예측값을 생산하고 있는데, 2005년 11월 하순 이후의 강한 음의 극진동 상태를 성공적으로 예측하였다. 이 시기의 강한 음의 극진동은 상대적으로 긴 지속시간과 강도로 미루어 볼 때 성층권에서 기인하였을 기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극진동은 온실가스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로 인한 극진동 변화가 지표면 기온 상승의 상당부분을 유도하여 지구온난화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따라서 극진동 메커니즘의 정확한 이해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미국 기상청에서 제공하고 있는 극진동 관측값(검은선)과 예측값(붉은선)

미국 기상청에서 제공하고 있는 극진동 관측값(검은선)과 예측값(붉은선)


실제로 최근에 빈발하고 있는 혹한 및 혹서 등의 이상기상의 급격한 증가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 화’나 ‘한반도 아열대화’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역설적인 최근의 이상기후도 극진동과 관련되어 상당부분 설명될 수 있다. 극진동은 과거 백여 년간의 온실가스 증가와 함께 꾸준히 양의 상태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왔지만, 최근 십여 년간에는 과거와는 달리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이 원인을 정확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인간활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이상기상의 증가는 대기과학에서 극진동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