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게이츠 전 국방장관, 자서전에서 오바마 맹공격

bluefox61 2014. 1. 8. 11:30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회의(2011년 3월 3일)를 시작하자마자 (버락 오바마)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을 지연시키려고) 나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결과는 무서울 것"이라며 말을 쏟아냈다. 상황실에 있는 30여 명 앞에서 (대통령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 있다니 온당치 않은 말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나는 생각했다. '대통령이 자기의 군 사령관을 믿지 않고 있구나, (하미드) 카르자이(아프간 대통령)를 견디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아프간) 전략에 대해서조차 믿음이 없구나, 이 전쟁을 자기가 치러야할 전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구나'라고 말이다.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아프간에서) 빠져 나가는 것 뿐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70)가 오는 14일 출간될 자서전 '임무 : 전시 장관의 회고록(Duty: Memoirs of a Secretary at War)'에서 오바마의 리더십과 아프간 전략에 대해 작심한 듯 맹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2011년 3월 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오바마가 군이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아프간 철군 전략을 지연시키려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때인 2006년 국방장관에 임명된 게이츠는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도 연임해 2011년 6월까지 국방장관 직을 수행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는 7일 사전입수한 자서전 내용을 소개하면서, 공화당원이지만 비당파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자세로 정평난 게이츠 전 장관이 오바마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의외이며 예외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0년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는 사려깊고 분석적이며 결단력이 강하다"면서 "안보 이슈에 있어서 우리는 같은 의견"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볼 때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자서전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부터 대통령과 안보팀이 군을 불신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게이츠는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차분하고 진중한 '겉모습(facade)' 아래에서는 "펄펄 끓어오르는 적이 많았고 인내심이 바닥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 톰 도닐런 전 국가안보 보좌관, 서맨서 파워 전국가안보회의(NSC) 참모(현 유엔 대사) 등 오바마 안보팀에 대해선 냉소와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은 "지난 40여년에 걸친 미국의 모든 핵심 외교 안보 이슈에 있어서 맞는게 없는 인물"이며 군과 백악관 사이에서 "우물에 독을 푼 사람"이란 것이다. 도닐런에 대해서는, 2010년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지진 참사를 입은 아이티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는데  "더글라스 프레이저 남부사령관이 (아이티 지원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있을지 모르겠다고 도닐런이 말하는 것을 듣고  내 평생 그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며 "대통령에게 '국방장관이 두 명일 필요가 있느냐'고 외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고 묘사했다. 


파워에 대해서는 군 작전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좌지우지하는 '전문가'로 평가하면서 "국방부에 백악관과 안보팀이 어차피 이해하지 못하니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이중적이다.  


"클린턴과 오바마가 '2007년 선거 유세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증파를 반대했던 것은 아이오와 민주당 경선을 의식한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떻게 내 앞에서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할 수있는 것인지 분노를 넘어 경악했다"고 게이츠는 회고했다. 하지만 "똑똑하고, 이상주의적이면서도 실용주의적이며,강직하고 유머러스하며, 전세계에 미국을 대표할 수있는 최고 인물"로 클린턴을 높히 평가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WP에 소개된 게이츠의 자서전 내용에 대해 " 대통령은 안보팀원 간의 견해차를 환영하지만, 이라크 전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관해 게이츠가 내린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부통령은 전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증진시켰다"는 반응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