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래, 나 매국노다...크림합병 반대하며 매국노 자처한 러 저명인사들

bluefox61 2014. 3. 28. 10:57
Sergei Aleksashenko

 

Sergei Aleksashenko

 

Lord! How do I feel ashamed to be a citizen of this country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크림 합병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저명한 문화계 인사들을 대거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가 소련 때처럼 강압적인 체제로 급속히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반강제적인 '크림합병 띄우기' 에 반발한 일부 인사들은 아예 '매국노'란 제목의 인터넷 사이트(http://predatel.net)를 만들어 반대청원 운동을 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문화부는 지난 11일 이른바 '크림합병 지지 청원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청원서는 " (러시아와 크림은) 역사, 문화, 정신적 뿌리, 기본적 가치 등으로 영원히 결합돼야 한다"며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 크림 정책에 대한 지지선언으로 이 청원서에 서명해달라"는 내용으로 돼있다. 현재까지 서명한 사람은 총 511명으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겸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볼쇼이 극장장 블라디미르 우린, 모스필름 대표 카렌 샤카자로프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와 문화단체장 등이 망라돼있다.

 

<크림 합병 지지청원서에 서명한 게르기예프>

 

 문화부는 " 서명이 너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홈페이지 업데이트에) 기술적 문제가 생겼을 정도"라며 폭발적인 호응을 과시하고 있다. 샤카자로프 대표는 NYT와 인터뷰에서 " 2차세계대전 때 나치로부터 크림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웠던 내 아버지를 위해 청원서에 서명했다"며 자발적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명단에 포함된 예술가 3명이 "나는 지지서명을 한 적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심지어 1명은 이미 수년 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작 또는 반강제적인 동원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화부는 항의한 예술가 3명에 대해선 '단순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사망한 사람이 청원서에 지지서명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해명없이 명단에서 삭제해버렸다. 뉴리터러리옵저버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이리나 프로코로바는 인터뷰에서 "크림 합병을 비판하는 사람은 매국노로 낙인찍히고 있다" 면서 "지금 우리 눈 앞에서 거의 맹목적인  제국주의 탐욕의 고전적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소설가 보리스 야쿠닌 역시 "문화계 인사들이 (이 상황에서) 어떤 도덕적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보는게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반대 청원서에 서명한 발레리야 노보드보르사카야>

           

 일부 인사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크림 합병 홍보와 국영언론들의 왜곡 보도에 반발해 인터넷 상에서 크림합병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개설된 '매국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트극장장 세르게이 슈브는 노바야 가제타와 인터뷰에서 반대 청원서에 약 200명이 서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소련체제 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발레리야 노보드보르사카야 민주동맹당 대표는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 우리는 완전히 우크라이나 편"이라며 "러시아의 폭력은 무력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무차관, 중앙은행 부총재 직을 역임한 세르게이 알렉사셰코는 " 이 나라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썼고, 반정부 운동가로 유명한 알렉세이 나발니도 " (크림합병을)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