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큰 손 기부자들

bluefox61 2014. 4. 3. 16:02

 미국 연방대법원의 선거자금 기부총액제한 폐지판결을 계기로, 큰 손 정치 기부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유례없이 막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분석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때 '포브스 400대 부호' 중 38명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우리의 미래 재건(Restore Our Future)'에 거액을 기부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재선지원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y USA Action)'에 기부한 '포브스 400대 부호'는 7명이었다.

 

 

                                                                    <코치 브라더스>


 공화당 기부자 중 대표적인 인물이  '코치 브라더스'로 불리는 찰스 코치(78)와 데이비드 코치(73)이다. 원유정제, 제지, 화학 산업을 소유한 코치 인더스트리의 회장과 부회장인 두 사람은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s for Prosperity)'란 싱크탱크를 만들어, 지난 2012년 대선 때 미트 롬니 공화당후보에게  직간접적으로 3000만 달러(약 318억 원)이상을 기부했다. 지난 15년간 부자감세, 탄소배출량 감소 반대,오바마케어 저지 등에 쓴 로비자금이 총 85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극보수 유권자단체인 티파티가 출범하는데 가장 큰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셸던 애덜슨.  마카오에 있는 베네치아호텔과 싱가포르의 마리나 샌즈 베이호텔도 애덜슨 소유다>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카지노 제왕인 셸던 애덜슨(80)은 2012년 대선 때 공화당에 3625만 달러를 기부했고, 이중 1000만 달러를 오바마 낙선용 TV광고비로 사용했다. 당시 그는 "오바마를 낙선시킬 수만 있다면  1억달러 이상도 내놓을 수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일 포브스는 샌즈 카지노 주가가 껑충 뛰면서 애덜슨의 재산이 불과 이틀 사이에 21억 달러나 늘어났다면서, 2016년 대선 때 막대한 정치기부금을 내놓는다 해도 그의 전 재산과 비교하면 소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정치자금감시단체인 오픈시크릿츠닷오르그(www.opensecrets.org)는 1989∼2014년 미국내 주요단체와 기업들의 정치기부 현황을 최근 발표하면서, 애덜슨이 2012년 한해에만 공화당 슈퍼팩에 93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내 인터넷 결제서비스 페이팔 공동설립자인 피터 티엘(46)도 공화당 지원과 보수 이슈 로비에 해마다 막대한 기부금을 내놓고 있다.

 

 

 

 <소로스>

 

 민주당 및 진보 계열 거액 기부자로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83),헤지펀드사 유클리언 캐피털의 제임스 사이몬스(76)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바마 재선지원 슈퍼팩에 100만∼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치적으로는 무당파이지만 총기규제, 환경보호,동성결혼 등 진보 이슈 로비에 거액을 내놓고 있는 인물로는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72)와 온라인상거래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50) 가 꼽힌다. 블룸버그는 지난 2년동안 최소 1900만 달러를 총기규제 단체에 기부했고, 베조스는 동성결혼 허용 로비 자금으로 250만 달러를 내놓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일(현지시간) 공직선거후보자나 정당, 그리고 후보 외곽 지원 조직인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에 대한 선거자금 기부 총액의 제한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거액 기부자는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무한정돈을 뿌릴 수 있게 돼 금권 선거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은 이날 한 개인이 후보나 정당, 슈퍼팩에 낼 수 있는 정치 후원금 총액을 2년간 12만3천200 달러로 제한한 연방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5명, 합헌 4명으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
 여러 후보들에 대한 기부금 총액을 4만8천600달러로, 정당과 슈퍼팩에 대한 총액을 7만4천600달러로 각각 제한한 조항도 무효화됐다.
 다만, 특정 후보에 대한 기부는 선거당, 그리고 후보당 2천600 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조항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앞서 2010년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결정으로 개인, 단체, 기업이 모두 합법적으로 무제한 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슈퍼팩은 특정 후보ㆍ정당의 선거 캠프에 소속되거나 이들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외곽에서 지지 활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이날 결정에서 보수적 대법관 5명과 진보적 대법관 4명이 정확하게 서로 엇갈린판단을 했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대표해 "해당 조항은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다. 후보에게 돈을 기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이나 정치적 결사를 통해 선거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판시했다.
 금권 선거 우려와 관련해 로버츠 대법원장은 "총액을 제한한다고 해서 부패나 뇌물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역시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위헌 의견을 내면서 모든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뮤얼 앨리토, 앤토닌 스칼리아,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도 같은 편에 섰다.
 반면 진보 진영의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2010년 선거자금의 빗장을 푼 데 이어 오늘 결정으로 봇물이 터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정부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레나 케이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날 폐지된 조항은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계기로, 거액 기부자들의 이른바 매표(買票) 행위를 막자는 차원에서 입법화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공화당은 환호하고 민주당은 비난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기부자들은 원하는 것을 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후보와 정당의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중요한 첫 걸음이자 활발하고 투명한 정치적 담론을 지지하는 판결"이라고평가했다.
 반면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이 자체로는 작은 조치이지만, 파멸의 길로 이르는 조치일 수도 있다"며 "법이 더는 정치 시스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터무니없지만, 이게 대법원이 가는 방향"이라며 "이번 결정이 미국 민주주의에서 뭘 의미할지 우려스럽다. 건국 창시자들은 돈(money)의 정부가 아니라 다수(many)의 정부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과 자유를 희생했다"고 꼬집었다.
 새해 국정연설에서 2010년 대법원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해 미시간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정부는 아직 결정문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도 거액 자산가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선라이트재단은 성명을 내고 "오늘 결론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금권 선거가 최고 법정의 인가를 받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