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해상에서 발생한'여객선 침몰 참사'를 계기로 대형 여객선 및 유람선의 안전성 문제가 국제적인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객선과 유람선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는 반면 선박 안전은 약 100년전인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때와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는 비판과 업계내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한 선박안전 분야 전문가는 1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 선박의 무게를 분산시켜 침몰 시간을 가능한 연장시킬 수있는 디자인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러나 안정성 면에서 현재의 선박 기술 수준은 100년과 비교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문가는 세월호 침몰사고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리스 아테네 국립기술대의 선박디자인연구소 소장인 아포스톨로스 파파니콜라우 교수 역시 영국 전문가와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WSJ와 인터뷰에서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침몰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했다. 선박 내 모든 문이 닫혀 있다면 2개 구역 정도가 물에 잠겨도 가라앉지 않고 버틸 수있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열려있던 통로 문들을 닫을 시간이 없기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파파니콜라우 교수는 "특히 자동차들을 싣는 상부 데크에 물이 차면 침몰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며 " 선박이 빨리 가라앉게 되면 승객들이 객실에서 빠져나와 대피할 시간이 그만큼 없기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의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사건 당시에도 초대형 유람선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유람선이 날로 대형화되면서 최대 승선인원이 무려 1만명으로 늘어난만큼 , 사고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대피시키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크루즈선으로 꼽히는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호 경우 최대승선 인원이 9400명이며, '얼루어 오브 시즈(Allure of the Seas)'호는 최대 8500명이 승선할 수있는 규모이다.
유람선이 갈수록 대형화되는 것은 경제적 이유때문이다. 중형 유람선 여러대를 운행하는 것보다 초대형 한대를 띄우는데 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람선 위에서 온갖 스포츠와 여흥, 호사를 누리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취향도 유람선의 대형화를 부추긴다.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호는 2700개의 객실과 축구장만한 공원, 수영장, 3D 영화관, 아쿠아 공연장 ,스케이트 장, 쇼핑센터 등 갖춘 '바다에 떠있는 소도시'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문제는 유람선이 커지면 커질수록 탑승객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물리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짧은 시간내에 대피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초대형 유람선이 과연 완벽한 대피장비를 갖추고 있는가도 의문이다. 선박안전 전문가들은 유람선 사고시 탑승객과 선원들이 구명정을 타고 빠져나와야 하는 피신 방식은 1912년 4월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타이태닉호 사고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달라진게 없다고 지적한다.승무원들의 안전교육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람선 특성상 식당 운영자, 공연자 등 선박운행과 무관한 수많은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안전수칙 교육은 탑승전 4∼5일간 기초수준에서 이뤄지는게 업계의 관행이다. 업계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초대형 유람선의 유사시 탑승객 대피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발상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는 지난 2008년 필리핀 '프린세스 오브 더 스타스'호 침몰 사고 이후 아시아 최악의 선박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 사고로 831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4년에는 역시 필리핀 국적의 수퍼페리 14호가 화재사고로 침몰하면서 194명이 사망했다. 지난 1994년 발트해에서는 에스토니아 국적의 여객선이 침몰해 무려 852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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