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300년만의 이혼 위기... 오늘(30일)부터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유세 시작

bluefox61 2014. 5. 30. 10:59

 "이번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지역의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문제가 유럽의 핫이슈로 본격 부상하고 있다. 오는 9월 18일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앞두고 30일부터 독립찬성과 독립반대 진영의 공식적인 유세기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16주동안 양쪽 진영은 각종 통계와 전망을 쏟아내면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 쓸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립반대 ' 비율이 찬성보다 훨씬 높았지만, 올해 초부터는 양 측간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 1월에 39%였던 '독립찬성'비율이 2월에는 43%로 높아졌고, 지난 4월에는 '독립찬성'이 39%로 '독립반대' 42%와 3%포인트 차를 나타냈다. 지난 1일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스코틀랜드유권자 1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독립찬성'이 37% , 독립반대가 51%로 다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707년 하나가 됐던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300여년만에 떠들썩한 '이혼'을 감행할지, 아니면 갈등을 봉합하고 '결혼생활'을 계속할지 여부에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0여년만의 이혼 =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민족 자결권및 경제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한 크림반도와 유사하지만, 영국 정부가 독립안 부결을 자신하면서 주민투표를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절차상 크림반도와는 다르다. 지난 2008년과 22012년 미국 대선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미국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찬성 쪽이 승리할 확률은 제로"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독립을 부르짓고 있는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정부수반과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에서 떨어져나가려는 스코틀랜드를 붙잡아 앉히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가 앞으로 약 4개월동안 정권의 사활을 건 여론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왜 독립인가 = 스코틀랜드 독립론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존심이 세기로 정평난 스코틀랜드 인들은 잉글랜드와 다른 역사와 문화에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독립론이 이슈된 것은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난과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2010년 보수당 정권이 적자재정을 타개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정부에도 혹독한 긴축재정을 요구하자, 이 참에 아예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성향이 강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여세를 몰아 2012년 5월 총선에서 북해유전 등 영국 경제의 핵심 자원을 보유한 스코틀랜드가 정작 복지혜택 등에서 소외당한 데다가 연방정부의 일방적인 재정감축 등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해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다.

 

 

 

 

 


 새먼드 정부수반은 지난 28일 발표한 재정전망보고서에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 독립할 경우 얻게될 '보너스'효과가 오는 2030년 50억 파운드(약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5년내 주민 1인당 수입이 현재보다 연간 2000파운드씩 늘어나는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있다는 것이다. 또 이 기간동안 연간 세수 규모가 24억 파운드 증가하고, 신규 고용확대로 경제규모가 13억 파운드 증가해 부자나라 대열에 합류할 수있다는 장미빛 미래 청사진을 내놓았다. 특히 스코틀랜드 북해유전으로 거둬들일 세금이 오는 2018∼19년 연간 32∼80억 파운드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왜 독립반대인가=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합친 연합왕국인 영국으로서는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스코틀랜드의 이탈을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면적이 한반도보다 작은 16만6,000㎢로 줄고 경제 규모는 스페인 수준으로 축소된다.
 영국 정부는 연일 '독립비용'전망을 내놓으면서,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치러야 할 엄청난 부담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니 알렉산더 영국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 28일 에든버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인구 노령화, 북해 원유생산 감소로 경제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서비스 비용이 지금보다 약 13%더 늘어나고, 세금이 28% 증가하면, 에너비 소비세는 4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스코틀랜드 국가 수립 비용이 최소 15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행정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 위한 정보기술(IT)비용만 4억 파운드, 과세시스템 구축 비용에 5억 6200만 파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첫 해에 영국 재무부에 엄청난 채무를 상환해야한다. 지난 8일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독립 첫해에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내야 할 채무규모를 230억 파운드로 계산했다. 지난 2012∼2013년 스코틀랜드 정부의 재정지출액이 650억 파운드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이다.  결론적으로 "영국 안에 남아있는게 더 이익"이란 이야기이다.스코틀랜드 정부 측은 영국 정부의 독립비용 계산서를 과다산정으로 일축했다.

 

 ▶갈등의 핵 북해유전= 북해 유전과 천연가스전은 영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대부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의 원유 및 천연가스 자원의 무려 95%가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새먼드는 지난 2월 BBC와 인터뷰에서 북해유전과 천연가스전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치 정부가 더욱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가 북해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16번이나 세금 정책을 바꿨으며 석유 관련 장관도 17년간 14번이나 갈아치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해 유전의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400억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 북해유전은 남은 매장량이 240억 배럴 정도로 2018년에는 현재보다 생산량이 38%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캐머런 총리는 "북해 유전은 세금감면 등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 지원을 통해서만 경제적인 개발관리가 가능하다"며 "스코틀랜드가 더 잘사는 길은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애증의 1000년 역사

 스코틀랜드는 영국(Great Britain)을 구성하는 네 개 지역(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중 한 곳으로, 자치 의회와 행정부를 가지고 있다. 수도는 에든버러이며, 국교는 장로회이다. 잉글랜드 주민이 앵글로색슨 족인데 비해,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다. 공식언어는 영어이지만, 게일어란 토속어를 가지고 있다. 게일어는 18세기 잉글랜드의 켈트족 문화에 대한 탄압으로 킬트, 백파이프 등과 함께 금지된 후 쇠퇴했으나, 아직도 일부 지방에서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전 세계에서 울려퍼지는 '올드 랭 자인'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즈의 싯구에 선율을 붙인 노래로, 게일어로 '그리운 지난 날'이란 의미이다.
 스코틀랜드에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500년 쯤부터로 추정된다. 기원전 8세기쯤 켈트족 문화가 스코틀랜드로 전파됐고, 9세기 중반쯤 알바왕국이 건설된 후 그 혈통을 이어받은 던컨 1세가 즉위하면서 1034년 스코틀랜드왕국이 수립됐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차례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1297년 9월 11일 윌리엄 월리스와 앤드루 머레이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군이 대승을 거둔 '스털링 다리전투'는 1차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월리스는 오늘날까지 독립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그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바로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하트'이다. 월리스는 1298년  폴커크 전투에서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에게 패배했고, 결국  런던으로 끌려가 처형당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쟁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전투는 1314년 6월 23∼24일 배넉번 전투이다. 분리독립 투표가 치러지는 올해가 마침 꼭 7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스코틀랜드의 비공식 국가 '스코틀랜드의 꽃'에도 등장하는 배넉번 전투는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2세의 침공을 막아낸 전투로, 14년 뒤인 1328년 5월1일 영국으로부터 완전 독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603년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후사없이 사망하자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조의 메리 1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로  즉위하면서 두 나라는 연합국가 형태를 취하게 됐으며, 1707년 5월 1일 스코틀랜드는 결국 영국에 완전 합병됐다.
 지난 1997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는 스털링 다리 전투 700주년을 맞아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대해 제한적인 지방자치권을 허용했고, 2년 뒤인 1999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가 개원했다. 현재 행정수반은 2007년 총선과 2011년 총선에서 승리한  민족주의 정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의 당수 알렉스 새먼드이다. 스코틀랜드 행정수반에 대한 영국의 공식 호칭은 '제1 스코틀랜드장관(First Minister of Scotland)'이다.오애리 선임기자 a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