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의 이라크 딜레마... 러, "우리는 11년 전 이라크가 이 꼴 날거 알고 있었다"

bluefox61 2014. 6. 13. 11:05

 미국이 '이라크 딜레마'에  빠져 들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에 의해 이라크가 3차 내전 위기를 맞으면서, 지난 2011년 말 가까스로 이라크로부터 몸을 뺀 미국이 또다시 군사적 개입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로서는 쉽게 이라크 재개입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약 8년에 걸친 전쟁으로 미군 약 4500명이 전사하고 수 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무려 1조 7000억 달러의 세금을 전비로 쏟아부었던 이라크에 다시 미군이 개입할 경우 반발 여론도 오바마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이라크 위기는 내전 중인 인접국가 시리아와 뗄레야 뗄 수없는 문제인만큼 미국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을 할 준비도 돼 있다"며 "국가안보팀이 가장 효율적인 지원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긴박하게 논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ISIL에 의한 이라크 위기 발생 이후 '군사행동'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이라크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 중이지만 지상군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미국은 지난 2011년 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전원 철수시켰지만, 이라크 정부에 군비는 물론 무기와 군사정보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재 의회에는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군비 추가지원안이 계류 중이다.

 이미 군비를 포함해 이라크 군에 무기와 군사정보를 제공해오고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있는 군사적 지원은 드론(무인기)폭격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드론 폭격이 만약 이라크에서 이뤄지게 될 경우,  사실상 직접 개입으로 이어지는 '서막'이 될 가능성이 있어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절충한 오바마 대통령의 '신 외교독트린'이 뿌리채 흔들릴 수있다. 뉴욕타임스(NYT)가 12일자 기사에서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난 5월까지 이라크 정부로부터 이미 수차례 수니 극단 무장단체가 준동하는 지역에 대한 미군의 (유인 및 무인) 폭격을 요청받고도 거절했다고 보도한 데에서 알 수 있듯, 백악관은 지상군 재투입은 물론이고 드론 폭격에도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라크 현 정부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면 공습을 포함해 군사지원을 해야한다"고 촉구한 반면, 영국 브래포드대의 폴 로저스 교수는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인 '오픈 데모크라시'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사태 전개는 확전의 전주곡"이라며 "수니파 무장세력의 급격한 세력확장은 상징적 이슬람 칼리프 공화국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중동지역,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 교수는 "이번 수니파의 발호는 알 카에다의 '홈 구장'에 미국이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이는 9.11 사태의 반향으로 볼 수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케네디스쿨의 누사이바 유니스 연구원은 "군사원조를 하되 장기적으로 이라크 정부로 하여금 소수 수니파를 포용할 수있도록 미국이 유도해야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공화당 및 보수진영은 오바마 중동정책의 '실패'를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킨 것은 실수"였다며 국가안보팀 전원경질을 촉구했고,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도대체 대통령은 뭘 하는 거냐. 낮잠 자는 거냐"고 따졌다.워싱턴 포스트(WP)의 보수적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한 발 더 나아가 12일 "오바마는 낮잠 자는 게 아니라 항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라크 사태는 미국과 영국의 '중동 모험주의'의 결과"라며 "우리는 이미 11년 전 이라크가 이 꼴 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조지 W 부시와 오바마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