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60

할리웃과 다이아몬드 업계의 갈등

‘다빈치코드’를 둘러싸고 기독교 교단과 충돌을 빚었던 미국 영화계가 이번에는 국제 다이아몬드업계와 갈등관계에 빠져들고 있다.이유는 워너브러더스사가 현재 아프리카에서 제작중인 새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때문. 거대 다이아몬드 회사들의 아프리카 주민들에 대한 비윤리적인 착취와 유통과정을 정면에서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업계가 “절대 묵과할 수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출판된 미국 언론인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토대로 한 ‘피의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인 용병 주인공(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이 다이아몬드 밀매사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현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

레니 리펜슈탈

레니 리펜슈탈(1902~2003). 그 이름만큼이나 100여년의 영화역사상 격찬과 비난, 천재와 악마로 평가가 엇갈렸던 감독은 없었다. 그녀는 ‘히틀러의 영화감독’이란 저주의 낙인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리펜슈탈 이전, 또 그 이후에도 다큐멘터리의 본질과 힘을 그녀만큼 꿰뚫어보았고 그것을 진정한 예술인 동시에 프로파간다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감독은 없었다. 리펜슈탈이란 이름이 아직도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 히틀러와 나치즘에 일조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역사적 잣대로도 그녀의 천재적 영화적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폄훼할 수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하겠다. 또한 리펜슈탈은 역사 속에서 영화감독이 어떤 책임의식을 지녀야하는지를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리펜슈탈이 히틀..

사우디에도 영화문화 싹튼다

가족이외에는 여성의 얼굴을 볼수 없으며, 여배우가 한명도 없고,전국에 영화관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문화란 것이 사실상 부재한 나라에서 과연 영화문화가 싹틀 수있을까. 전세계에서 여성인권이 가장 억압받고 있는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금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사상 최초로 장편상업영화가 만들어져 올 여름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화제의 작품은 ‘케이프 알 할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이슬람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란 점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 , 신구세대의 갈등 등 사우디 내부의 갈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최근 보도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정부의 억압을 ..

‘뮌헨’의 비극을 다시 생각한다

1972년 9월 5일 새벽 4시 30분. 독일 뮌헨 올림픽 선수촌은 깊고 평화로운 잠에 빠져 있었다. 선수촌을 둘러싸고 있는 2m 높이의 철조망 담장의 한 곳에서 그때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밤새 선수촌 밖 유흥가에서 놀다 돌아온 미국 선수 몇 명이 월장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 그들은 담을 넘으려는 순간 자신들처럼 선수촌에 몰래 들어가려던 젊은이 8명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얼굴 생김이나 인종을 구별하기는 어려웠지만, 다른 나라 소속 선수들인 것 같았다. 몇 사람은 어깨에 묵직한 더플백을 메고 있었다. 미국 선수들은 이들의 월장을 도와준 뒤 잘 자라는 인사까지 해주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8명은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놓은 이스라엘 선수들의 아파트 숙소로 접근했다. 이들은 더플백에서 기관총을..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를 말한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화씨 9/11]을 드디어 보게됐습니다. 부시 정권과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낱낱이 까발긴 내용이야 다들 많이 아실테지요.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소위 주류언론의 한계성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미국인 관객들 역시 이 영화에 등장한 갖가지 팩트들을 (예를 들어 부시 친구들이 어떻게 행정부의 요직을 잠식했는지, 빈라덴 가문과 부시 집안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이라크 전쟁에 나간 미군 병사들이 진짜 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등) 소위 3대 네트워크라고 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받아서 재가공하는 한국의 외신 기사들은 어떻겠습니다. 이른바 주류언론들이 '불편부당성'또는 '중..

마이클 무어, 또 열받았다

9.11테러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집안 간의 돈독한 사업관계 등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개봉전부터 미국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 미라맥스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사가 "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최근 미라맥스에 북미배급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화씨 911'은 오는 12일 개막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있는 화제작으로, 올 여름 시즌에 미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가 2001년 9.11테러 발생 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경제적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 테러 직후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던 빈 라덴 친척을 서둘러 출국시키는데 부시 행정..

한국성인은 [킬빌]을 보기에 너무 어린가?

퀜틴 타란티노의 [킬빌]이 얼마전 등급분류위원회 등급 심의결과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제한상영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등급을 내린 것은 개봉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또는 영화사가 알아서 장면을 드러낸 다음 재심을 받으란 메시지와 다름없다. 등급위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의 대결장면의 잔혹성이 18세 등급의 수준을 넘으며 국민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상영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 장면은 타란티노 감독이 스스로 일본 개봉판과 미국 및 기타해외개봉판으로 나눠, 일본판 경우는 칼라로, 기타 개봉판은 흑백으로 처리해 나름대로 잔혹성과 관련한 자체 심의를 한 부분이었다. 국내 시사회에서는 문제의 장면에 대해 잔혹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백으로 처리해 충격의 강도가 덜하다는 반..

'굿바이 레닌'-무조건 보십시오 ^^

독일 통일 꼭 10년째인 지난 2000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 현지 사람들로부터 유난히 많이 듣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추하다(ugly)'란 단어였다. 동베를린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더 광장 근처를 걸으면서, 그들은 주변에 늘어선 거대한 회색빛 상자곽같은 낡은 빌딩들을 가르키며 '추하다'고 불평했다. 한때 동독의 자랑거리였던 자동차 트라반은 웃음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였고, 베를린 동쪽 거리 곳곳에 남아있던 동독 시절의 촌스런 신호등들은 하루속히 철거되어야할 흉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세련된 서 베를린 사람들이 동 베를린 구역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어하는 곳은 브란덴부르크문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뻗은 운터 덴 린덴 뒷편의 고색창연한 건물과 좁다란 골목길들이었다. 나를 안내했던 한 독일사람은 ″분위기있게 식사하기..

강력추천! [토끼울타리]-호주의 추악한 역사를 폭로한다

호주가 요즘 한국인의 이민 희망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가 악명높던 백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불과 20여년전이다. 호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속의 유럽'을 표방하며, 백인우대정책과 원주민 억압정책을 취했다. 이후 호주는 아시아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 효과를 나눠갖기 위해, 그리고 광활한 대륙을 더이상 소수의 백인인구만으론 개발할 수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아시아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백인 기득권층이 저질렀던 참혹한 인종차별정책은 아직도 호주 역사의 어두운 과거로 남아있다. 가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못지 않게 참혹하기 이를데없다. 필립 노이스 감독의 '토끼 울타리'는 호주의 백인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에바디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이란영화를 생각하다

이란의 여성운동가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14일 금의환향,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3천명의 환영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죠 에바디의 노벨상 수상으로 이란의 보-혁 갈등은 더욱 노골화되고 가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만난 이란 사람이라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단 두사람뿐입니다. 키아로스타미와는 대화도 나눴는데, 부산영화제의 추억으로 밤에 포장마차를 순례했던 것을 꼽더군요.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선 술을 마시지 않지만,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거나하게 술에 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마흐말바프는 직접 대화한 것은 아니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만 봤는데 옆집 아저씨처럼 참 소박해보이더군요. 올 부산영화제에서는 허름한 골목길을 막내딸 하나와 천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