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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헌터 -작은 고추가 맵다

로드리고 가르샤 감독의 ’나인 라이브스‘는 미국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마치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입니다. 그중 가장 반가운 얼굴은 홀리 헌터(48.사진)였습니다. 지난 2000년 코엔 형제감독의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가 주연으로 나온 작품들을 국내에서 만난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90년대 그토록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화제작들을 쏟아냈던 홀리 헌터도 아마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생사의 고비‘라는 40대 관문을 힘들게 통과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헌터에게는 ’남부 불덩이 (파이어볼)‘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닙니다. 남부 조지아주의 시골농장에서 태어나 성장한 배경때문이기도 하지만 , 157cm 밖에 안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남부의 햇볕처럼..

스파이크 리, 이번엔 카트리나 다큐로 논쟁

2005년 8월 29일 새벽. 시속 145마일(시속 약 233km)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재즈와 매콤한 케이준 요리의 본고장인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즈를 덮쳤다. 이때만 하더라도 뉴올리언즈 주민들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허리케인이 불어닥쳤다가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었다. 멕시코만을 따라 이동하던 카트리나의 위력이 뉴올리언스에 도달할때쯤이면 예상보다 조금 누그러질 것이란 기상예보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그러나 이날 새벽,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폰차트레인 호수를 막고 있던 둑이 갑자기 터지면서,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뉴올리언즈의 대부분 지역이 순식간에 물에 잠겨버리고 말았던 것.홍수야 어느나라, 어느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

톰크루즈,할리우드에서 왕따?

“톰 크루즈는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파라마운트로선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회사에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사람과는 계속 일할 수없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인 파라마운트가 톱스타 톰 크루즈와 ‘전격 이혼’을 발표한 것을 둘러싸고 할리우드가 술렁이고 있다.지난 14년간 톰 크루즈의 제작사인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과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해왔던 파라마운트의 모기업 바이아콤의 섬너 레드스톤(83)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크루즈 프로덕션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톰 크루즈 같은 톱 스타가 메이저영화사로부터 이번처럼 관계 단절 통보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레드스톤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당일까지도 크루..

콜린 패럴 -천하의 악동도 변한다

마이클 만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를 보면서“이제 콜린 패럴(29.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됐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콜린 패럴하면 오만방자하고 저속하며, 비열하고 경박하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지요. 좀더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할까요. 품격이나 고상함같은 것과는 애시당초 인연이 없는 배우란 것쯤은 진즉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마약주사라도 한방 맞은 듯 건들거리는몸가짐에, 입밖으로 내뱉는 말의 절반쯤은 F로 시작되는 욕설로 뒤범벅이었던 그의 모습은 부정적인 느낌을 더욱 부채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심지어 섹스 비디오스캔들까지 터졌지요. 80년대 전설적인 TV드라마 시리즈를 영화화한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패럴의 이미지는 기존의 것과 ..

공리 -카리스마와 상실의 두얼굴

“국수 이래 중국으로부터 온 최고의 수입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에서 출연한 중국의 국민배우 공리(41)를 최근 이렇게 격찬했다.뉘늦게 공리를 발견한 미국 영화계가 그의 탁월한 연기력에 매료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말 ‘연기를 살아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배우 6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유일한 동양배우로 공리를 꼽기도 했다. 타임지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에서 공리가 보여준 하츠모모 연기를 “베티 데이비스 이후 최고의 악녀”로 극찬했다. 지난 96년 싱가폴 담배재벌과 결혼한 이후 전성기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공리가 최근들어 할리우드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마흔에 접어들면서 그의 연기는 때보다도 오히려 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살아나는 연기를 펼..

이슬람 파시스트 발언 파장

9·11테러 5주년을 앞두고 일어난 대규모 여객기 테러음모 사건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슬람을 향한 강도높은 비판 발언이 심상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영국 경찰이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상기시켜주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를 새삼 강조했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이슬람 파시스트’란 표현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일부 이슬람 과격분자’ 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쓴 적이 있어도 이슬람과 파시스트란 두 단어를 붙여서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파시스트’하면 당장 제2차세계대전때 나치의 인류범죄적 만행 ..

케이트 블란쳇-욕심꾸러기 카멜레온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 중 한 에피소드에는 두 명의 케이트 블란쳇(37·사진)이 등장합니다. 한 명은 세계적인 영화배우인 금발머리의 케이트 자신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록가수 애인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거칠게 살아온 검은 머리의 셸리입니다. 사촌 자매간인 두 사람은 영화배우로 성공한 케이트가 신작 홍보차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호텔 커피숍에서 오랫만에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서로 다정한’척‘하던 두사람이 이내 서로를 지겨워하면서 배배꼬인 속마음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묘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천사같은 케이트는 홍보용으로 받은 공짜화장품들을 사촌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선물인 양 생색을 내고, 성공한 사촌을 애써 깔보는 듯했던 셸리는 상대방이 커피숍을 나가자마자 혼자..

제임스 스페이더 -보기보다 독특한 그대

삶에 찌들었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예뻐보이고 싶은 중년의 여자와 말끔한 여피풍의 젊은 남자가 공원을 산책합니다. 말없이 걷던 남자가 갑자기 여자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여자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고쳐 매주기 위해섭니다. 막노동으로 거칠어진 여자의 손이 낡은 운동화위에 숙여진 남자의 금발머리칼을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불후의 명작도, 논쟁적 걸작도 아닌데 유난히 가슴 깊이 새겨진 영화나 영화 속 한장면이 있습니다. 평론가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상관없는 나만의 명화인 셈이죠. 제게 그런 영화는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하얀 궁전(1990)'입니다. 동네식당에서 여급으로 일하는 무식한 중년 여성(수전 서랜든)과 20대말의 성공한 광고회사 간부(제임스 스페이더)는 성적으로 강하게 끌린다는 점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도 ..

이완 맥그리거, 천개의 얼굴을 가진 아웃사이더

이완 맥그리거(35)를 보고 있으면, 이 남자가 가진 얼굴은 도대체 몇개일까란 감탄이 절로 듭니다. ‘트레인스포팅’에서 더러운 변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환각으로 관객들을 구역질나게 만들었던 비쩍마른 마약 중독자였다면, ‘엠마’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는 18세기 영국 귀족청년이었고,‘벨벳 골드마인’에서 글램록스타였던 그는 ‘물랑루즈’에선 환락가 무희에게 홀딱 빠진 순진하기 짝이없는 작가 지망생으로 180도 변신을 거듭했지요. 그런가하면 ‘스타워즈’에서 현명한 제다이의 현명한 스승 오비완이었던 맥그리거는 ‘영아담’에서는 섹스에 중독된 청년이었고, ‘다운 위드 러브’에서는 기름독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뺀질뺀질하기 짝이없고 오만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지난 94년 ‘쉘로그레이브’로 데뷔한 이래 ..

헬렌 미렌 - 세월도 비켜간 도발적 눈빛 연기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한국영화가 한 편도 선정되지 못해 아쉽기는해도, 출품작들 중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영화 한 편이 있더군요. 바로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여왕’(The Queen)입니다.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싼 영국 왕실 안팎의 갈등과 움직임을 다룬 소재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역으로 헬렌 미렌(사진)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부쩍 호기심이 커집니다. 1946년생이니깐 올해나이로 꼭 60세. 한 때 영국영화계에서 가장 옷 잘 벗는 대담한 배우로 유명했던 그도 이제 영락없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하지만 미렌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시함과 예리한 지성미를 뿜어내는 소수의 여배우들 중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