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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서먼 - 여신같은 여전사

스크린 속 여성 영웅도 시대에 따라서 진화합니다.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로 대표되는 20세기 근육질 여전사의 이미지에는 스스로 일어나 싸우지 않으면 불평등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던 20세기 여성들의 힘든 투쟁의 역사가 투영돼 있습니다. 21세기의 여전사는 선배세대들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툼레이더’의 앤절리나 졸리,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 ‘다크 엔젤’의 제시카 알바, 그리고 ‘킬빌’의 우마 서먼 등 21세기의 여성 영웅들은 하나같이 그리스 여신도 울고갈만큼 완벽한 몸매와 미모의 소유자들입니다. 머리칼을 빡빡 밀고 우람한 근육을 키웠던 선배 시고니 위버와 달리 21세기 여전사들은 섹시함조차 살인무기로 연마한 ‘진짜 ’ 무서운 여자들입니다. 이 중 ‘킬빌’의 우마 서먼..

상당히 크레이지하신 빌 나이

을 봤습니다. 조니 뎁 등 주요캐릭터를 제외하고, 다른 출연배우들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그 문어대왕(정확한 이름은 기억안납니다)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같았습니다. 본래 얼굴을 알아볼 수없게 헤비 메이크업(문어다리가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흐억)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카리스마랄까, 분위기랄까 , 그런 것들이 어쩔 수없이 뿜어져나오더라는 이야기이죠. 영화가 끝나고 확인해본 결과, 역시나 그 '문어대왕'은 예상대로 빌 나이였습니다!! 2년전 국내개봉했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추얼리'는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로도 재미있었지만,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답게 훌륭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쁨이 만만치않았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휴 그..

할리웃과 다이아몬드 업계의 갈등

‘다빈치코드’를 둘러싸고 기독교 교단과 충돌을 빚었던 미국 영화계가 이번에는 국제 다이아몬드업계와 갈등관계에 빠져들고 있다.이유는 워너브러더스사가 현재 아프리카에서 제작중인 새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때문. 거대 다이아몬드 회사들의 아프리카 주민들에 대한 비윤리적인 착취와 유통과정을 정면에서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업계가 “절대 묵과할 수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출판된 미국 언론인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토대로 한 ‘피의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인 용병 주인공(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이 다이아몬드 밀매사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현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

레밍

완벽해보이는 중산층 가정 또는 그 구성원이 전혀 의외의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내재된 치부나 약점 등을 드러내보이면서 스스로 붕괴해가는 과정을 스릴러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들이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인 예다. 알프레드 히치콕도 등에서 중산층의 불안증을 다뤘다. 독일계 프랑스 감독 도미니크 몰의 2005년 칸영화제 개막작 은 히치콕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한눈에 드러내는 스릴러 영화다. 스칸디나비아에서만 서식한다는 쥐의 일종이 ‘레밍’이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된 점에서 와 일맥상통하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여자주인공 베네딕트(갱스부르)의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진다는 점에서는 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일탈의 욕구와 무의식을 핵심 주제로 하고 있으며, 특히 ‘레밍’자체가 어..

폴 베타니-그의 또다른 변신이 궁금하다

소설 ‘다빈치코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뉴스가 처음 전해졌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점은 ‘사일러스 ’를 어떤 배우가 맡게될 것인지였습니다. 멜라닌 색소 결핍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이른바 ‘알비노’ 증세를 타고난 독특한 외모는 물론이고,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신부를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밤마다 가시박힌 채찍으로 내리치며 수행하는 사일러스야말로 원작자 마이클 브라운이 가장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저 역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35만명의 관객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사일러스’를 연기한 폴 베타니(35. 사진)였습니다. ‘뷰티풀 마인드기사 윌리엄 마스터 앤드 커맨더’등 그에게 명성을 안겨다..

미셸 파이퍼-나의 영원한 수지

로잔나 아퀘트 감독의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한마디로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영화입니다. 어느덧 마흔고개를 넘어선 배우이자 감독이며 제작자인 아퀘트가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은퇴선언조차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선배 배우 데브라 윙거(‘사관과 신사블랙위도우’)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요. 그렇다고해서 윙거의 뒤를 좇는 스릴러 형식은 아닙니다. 아퀘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여성이자 배우로서 겪는 불안감과 좌절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미셸 파이퍼(49)를 떠올렸습니다. 약 5년전에 출연한 ‘아이 엠 샘 (2001)’이후 그녀를 스크린에서 언제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

덴젤 워싱턴 -나를 영웅이라 부르지 말라

‘인사이드맨’은 모처럼 할리우드의 호화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덴젤 워싱턴과 조디 포스터, 웰렘 데포와 크리스토퍼 플러머, 여기에 최근 주가가 한창 상승중인 영국 배우 클라이브 오웬까지 가세하고 있지요. 인종갈등 문제에 항상 예민하게 촉수를 드리워온 흑인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슬쩍 변형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늘 선과 정의 편에 서있던 덴젤 워싱턴은 경찰 내사과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적당히 썩은 인질협상가, 차분하고 이지적이며 독립적인 조디 포스터는 돈과 권력을 가진자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 ,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배우인 클라이브 오웬은 뭔가 특별한 목적을 숨긴듯한 은행강도로 등장하지요. 이중 가장 반가운 얼굴은 덴젤 워싱턴이었습니다. 모처럼..

랄프 파인스-차갑거나 혹은 뜨겁거나

13년전 ‘쉰들러 리스트’에서 랄프 파인스(44·사진)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혈관 속에는 뜨거운 피가 아니라 차가운 얼음물이 흐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우슈비츠 유대인수용소 소장이었던 그는 수용소 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저택의 2층 베란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기분전환으로 눈에 뜨이는 유대인들을 총으로 쏴 죽이지요. 새하얀 피부, 여자 죄수들의 몸을 타고 흐르던 그의 투명하게 맑은 푸른 눈동자가 뱀처럼 얼마나 섬뜩했든지. 불과 3년뒤 파인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아름다운 유부녀에게 사로잡힌 영국군 장교였던 그는 사랑과 자신의 열정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 , 그 자체였지요. 아프리카 사막의 머나먼 동굴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

레이첼 와이즈- 영국 영화의 새로운 히로인

지금 우리 극장가에서 의미심장한 사건 하나가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오만과 편견’이 개봉 3주차에 벌써 전국 약 7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영화와 TV드라마로 리메이크됐던 이 작품이, 더구나 남녀가 만나서 지지고볶으며 싸우고 연애하다가 결국엔 결혼에 이르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의 이 영화가 , 가벼운 멜로와 코미디물이 판치는 우리 극장 문화 속에서 70만명 관객동원이란 기록을 세운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배우는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 키라 나이틀리나 , 이 영화에서 셔츠 앞자락을 풀어헤친채 새벽 안개를 헤치고 걸어나오는 장면 하나로 역대 다아시 중 가장 남성적..

레니 리펜슈탈

레니 리펜슈탈(1902~2003). 그 이름만큼이나 100여년의 영화역사상 격찬과 비난, 천재와 악마로 평가가 엇갈렸던 감독은 없었다. 그녀는 ‘히틀러의 영화감독’이란 저주의 낙인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리펜슈탈 이전, 또 그 이후에도 다큐멘터리의 본질과 힘을 그녀만큼 꿰뚫어보았고 그것을 진정한 예술인 동시에 프로파간다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감독은 없었다. 리펜슈탈이란 이름이 아직도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 히틀러와 나치즘에 일조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역사적 잣대로도 그녀의 천재적 영화적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폄훼할 수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하겠다. 또한 리펜슈탈은 역사 속에서 영화감독이 어떤 책임의식을 지녀야하는지를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리펜슈탈이 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