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공리 -카리스마와 상실의 두얼굴

“국수 이래 중국으로부터 온 최고의 수입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에서 출연한 중국의 국민배우 공리(41)를 최근 이렇게 격찬했다.뉘늦게 공리를 발견한 미국 영화계가 그의 탁월한 연기력에 매료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말 ‘연기를 살아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배우 6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유일한 동양배우로 공리를 꼽기도 했다. 타임지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에서 공리가 보여준 하츠모모 연기를 “베티 데이비스 이후 최고의 악녀”로 극찬했다. 지난 96년 싱가폴 담배재벌과 결혼한 이후 전성기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공리가 최근들어 할리우드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마흔에 접어들면서 그의 연기는 때보다도 오히려 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살아나는 연기를 펼..

케이트 블란쳇-욕심꾸러기 카멜레온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 중 한 에피소드에는 두 명의 케이트 블란쳇(37·사진)이 등장합니다. 한 명은 세계적인 영화배우인 금발머리의 케이트 자신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록가수 애인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거칠게 살아온 검은 머리의 셸리입니다. 사촌 자매간인 두 사람은 영화배우로 성공한 케이트가 신작 홍보차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호텔 커피숍에서 오랫만에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서로 다정한’척‘하던 두사람이 이내 서로를 지겨워하면서 배배꼬인 속마음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묘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천사같은 케이트는 홍보용으로 받은 공짜화장품들을 사촌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선물인 양 생색을 내고, 성공한 사촌을 애써 깔보는 듯했던 셸리는 상대방이 커피숍을 나가자마자 혼자..

제임스 스페이더 -보기보다 독특한 그대

삶에 찌들었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예뻐보이고 싶은 중년의 여자와 말끔한 여피풍의 젊은 남자가 공원을 산책합니다. 말없이 걷던 남자가 갑자기 여자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여자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고쳐 매주기 위해섭니다. 막노동으로 거칠어진 여자의 손이 낡은 운동화위에 숙여진 남자의 금발머리칼을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불후의 명작도, 논쟁적 걸작도 아닌데 유난히 가슴 깊이 새겨진 영화나 영화 속 한장면이 있습니다. 평론가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상관없는 나만의 명화인 셈이죠. 제게 그런 영화는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하얀 궁전(1990)'입니다. 동네식당에서 여급으로 일하는 무식한 중년 여성(수전 서랜든)과 20대말의 성공한 광고회사 간부(제임스 스페이더)는 성적으로 강하게 끌린다는 점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도 ..

이완 맥그리거, 천개의 얼굴을 가진 아웃사이더

이완 맥그리거(35)를 보고 있으면, 이 남자가 가진 얼굴은 도대체 몇개일까란 감탄이 절로 듭니다. ‘트레인스포팅’에서 더러운 변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환각으로 관객들을 구역질나게 만들었던 비쩍마른 마약 중독자였다면, ‘엠마’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는 18세기 영국 귀족청년이었고,‘벨벳 골드마인’에서 글램록스타였던 그는 ‘물랑루즈’에선 환락가 무희에게 홀딱 빠진 순진하기 짝이없는 작가 지망생으로 180도 변신을 거듭했지요. 그런가하면 ‘스타워즈’에서 현명한 제다이의 현명한 스승 오비완이었던 맥그리거는 ‘영아담’에서는 섹스에 중독된 청년이었고, ‘다운 위드 러브’에서는 기름독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뺀질뺀질하기 짝이없고 오만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지난 94년 ‘쉘로그레이브’로 데뷔한 이래 ..

헬렌 미렌 - 세월도 비켜간 도발적 눈빛 연기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한국영화가 한 편도 선정되지 못해 아쉽기는해도, 출품작들 중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영화 한 편이 있더군요. 바로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여왕’(The Queen)입니다.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싼 영국 왕실 안팎의 갈등과 움직임을 다룬 소재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역으로 헬렌 미렌(사진)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부쩍 호기심이 커집니다. 1946년생이니깐 올해나이로 꼭 60세. 한 때 영국영화계에서 가장 옷 잘 벗는 대담한 배우로 유명했던 그도 이제 영락없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하지만 미렌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시함과 예리한 지성미를 뿜어내는 소수의 여배우들 중 한..

멜 깁슨 취중 난동사건과 할리웃의 유대계 파워

멜 깁슨의 ‘취중진담’으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유대인 비하발언을 퍼붓고 기물파손까지 저지른 깁슨에 대해 할리우드의 유대계 큰 손들이 보이콧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깁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8월 1일에도 사과성명을 내고 “나의 반유대인적인 발언은 용서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며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만나 (편견을 바로잡을 수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 시달려왔다는 것도 고백했다.그러나 깁슨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계 인사들은 “폭탄을 터트려놓고 그렇게 큰 피해가 초래될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면서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욕타임스 ..

드팔마 신작 ‘블랙다알리아’..영화, 소설, 그리고 실제사건

오는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는 제 63회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미국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 가 선정됐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을 공개하고, “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드팔마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제를 열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에 많은 팬들을 갖고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베니스 영화제의 인연은 이번이 다섯번째. 드 팔마는 지난 75년 로 베니스 영화제에 처음 진출한 이래 등의 작품으로 베니스를 찾은 경력이 있다.‘LA 컨피덴셜’의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범죄소설가 제임스 엘로이(58)의 87년작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는 1947년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두 명의 경찰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비밀을 캐나가면서 거대한 부패와 욕망..

[루스체인지]

9.11테러는 과연 부시 행정부의 완전범죄에 가까운 자작극이었는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는 비행기 충돌로 인한 충격과 화재로 무너져내린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에 미리 설치된 폭발물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인위적으로 ‘철거’된 것일까. 9.11테러가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었다는 주장을 나름대로 꼼꼼한 증빙자료들을 근거로 ‘입증’한 다큐멘터리 한편이 최근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미국의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 딜런 에이버리(22)가 지난 2005년 11월 제작한 . 지난 6월부터 검색사이트 구글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현재 공개된 파일은 두번째 에디션)되면서 미국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

영원한 아웃사이더, 조니 뎁

조니 뎁(43) 은 스타란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아니, 조니 뎁은 스타이기를 거부하는 스타다.십대시절 TV 아이돌 스타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조니 뎁은 이십대부터 마흔을 넘은 최근까지 ‘박스 오피스 독약’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그 자신도 블록버스터 흥행작 대신 팀 버튼(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찰리와 초콜렛공장), 라세 할스트롬(초콜렛),존 워터스(크라이 베이비),에밀 쿠스트리차(아리조나 드림),짐 자무시(데드맨),테리 길리엄( 미완성작인 ‘라 만차의 사나이’) 등과의 작업을 선택하며 스스로 할리우드와 거리를 뒀다. 심지어 그는 프랑스 여배우이자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와 결혼해,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 전세계의 열혈팬들을 거느리고..

세가지 사랑 , 정사

오랜만에 만나는 오스트리아 영화는 20대 소냐, 30대 니콜, 40대 에바의 사랑을 소재로 한 세편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아니, 옴니버스 영화란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있다. 어느날 밤 세 여자와 세 남자의 일상이 우연하게 서로 겹쳐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간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아파트 건물의 집집마다 하나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을 담담하고 조용히 보여줌으로써, 서로 사랑하고 집착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이자 일상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는 서로다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장편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면서 여자의 모습이 담겨있는 스냅사진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