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안젤리나 졸리

미국 영화배우 앤절리나 졸리가 6년전인 2001년 유엔난민구호기구(UNHCR)의 친선대사로 임명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세간이 시선이 우호적이었던 것만 아니다. 유명연예인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암으로 사망한 오드리 헵번은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친선대사로서 남다른 헌신적인 활동과 노력으로 큰 존경을 받았었다. 졸리는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섹시하고 강렬한 외모는 물론이고, 당시 남편이었던 빌리 밥 손튼과의 다소 엽기스러운 애정생활 덕분에 사람들에게 왠지 제멋대로인 ‘배드 걸(Bad Girl)’의 인상을 심어줬던 사실이다. 즉, 애인을 가진 여성이나 아들을 둔 어머니를 긴장하게 만드는 종류의 여자가 바로 졸리였던 것이다. “전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스폿라이트를 받는 유명 관광객”쯤으로 앤절..

이라크전 소재 할리우드 영화 쏟아진다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올 가을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왜 그럴까? 현재 미국에서는 로 아카데미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폴 해지스의 신작 등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라크 관련 영화들이 줄잡아 10여편이 이른다. 과거에는 전쟁영화들이 종전후 상당기간이 흐른 다음에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작됐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등은 모두 전쟁이 끝난후 만들어졌다.이에 비해 이라크 소재 영화들은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에 제작, 개봉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라크전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이들 영화들은 미국 대선정국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라의 계곡 오는 9월 1..

책과 영화로 보는 튜더왕조

미국드라마 시리즈가 첫번째 시즌을 마쳤다. 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가 연기하는 헨리8세는 영국 튜더왕조의 굴곡많은 역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조차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헨리 8세의 이미지는 한스 홀바인의 초상화에서 봤던 뚱뚱하기 짝이 없고 포악해보이기까지한 모습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에 비한다면 리스 메이어스의 헨리 8세는 날렵하고 섬세한 외모에다 강인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성영화시절부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을 통해 울궈먹을대로 울궈먹은 소재인 헨리8세와 앤 불린의 러브스토리가 21세기의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데에서는 역시 주연배우 리스 메이어스의 공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없다. 시리즈의 인기를 타고 관..

‘디파티드’ 트리오가 말하는 ‘디파티드’

마틴 스코시즈가 홍콩 영화 를 리메이크할 것이란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평단과 팬들의 첫 반응은 어리둥절함,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 40여 년동안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개성있고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혀온 그가 남의 영화를 재탕한다는 발상자체가 워낙 파격적이다못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를 리메이크한 는 미국에서 개봉된 지 6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10위권 자리를 굳히면서 총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스코시즈 영화 중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평단의 반응도 “스코시즈가 비열한 거리로 되돌아오다”(뉴욕타임스) “스코시즈 최근작들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뉴스위크) 등 호평이 대부분이다. 불운하게도 아카데미영..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문학세미나장. 한 중년 남자가 서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볼탄스키( 다니엘 오테이유) . 프랑스 파리에서 성공했지만 '얼굴없는 작가'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세상에 세르쥬 노박이란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을 훑고 다니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아름다운 여성에게 머문다. 여자는 자신의 남편에게 문학계 동료인 듯한 또다른 남자를 소개해주고 있는 참이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잠시 후, 다니엘의 시선은 세미나장 구석 기둥 뒤에서 아까 그 남자와 진한 포옹을 나누는 여자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 그녀는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영화가 '시선의 떨림'으로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선은 곧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대가를 요구하는 법..

[피의 다이아몬드]

"올 것이 왔다. " 크리스마스와 연말 최대 대목을 노리고 있는 미국 및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가 지금 영화 한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가 바로 문제의 영화. 국내에서도 출판된 미국 언론인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토대로 한 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인 용병 주인공(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이 다이아몬드 밀매사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현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과 서구 거대기업의 탐욕 실상을 체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이 영화 때문에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구매거부 운동이 일어날지도 모를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로 연기력을 ..

로버트 알트먼을 추모하며

그는 세월에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모난 돌이라도 긴 시간동안 구르다보면 어느새 둥근 차돌이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험하기로 소문난 영화계에 반세기동안이나 몸을 담아 왔던 그는 둥글둥글해지는커녕 더 날이 서고 카랑카랑해질 뿐이었다. 그가 둥글둥글해지지 않았던 것은 평범한 돌맹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원석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70대 나이에 받았던 심장이식수술도 그의 에너지와 성마른 기질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다섯번이나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라놓고도 단 한차례 수상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했을만큼 할리우드의 미운털이 깊이 박혔던 그가 지난 3월 드디어 생애 유일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슴에 안았다. 일명 ‘평생공로상’. 그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십여년전에 ..

숀 펜

미국이 유엔에서 이라크 무력제재안 통과를 한창 밀어부치고 있던 2001년 10월 18일 , 워싱턴포스트지에 편지로만 이뤄진 이색적인 광고 한 개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부시 대통령께. 당신이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공격계획과 테러와의 전쟁은 시민권을 파괴하는 것이며 선과 악에 대한 단순하기 짝이 없고 선동적인 견해를 보여줄 뿐입니다.” 이날 아침 워싱턴포스트를 펼쳐든 독자들은 누군가가 최소 5만달러가 넘는 지면을 사서 대통령에게 이런 공개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편지 끝에 적힌 서명을 보고나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은 숀 펜(46)이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현역배우들 중 수전 서랜든, 팀 로빈스와 함께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는 숀 펜의 반 ..

미 영화계, 오스카 레이스 시작

내년 2월말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영화상을 겨냥한 치열한 수상 경쟁이 미 영화계에서 벌써부터 불을 뿜고 있다.미 영화 아카데미가 당초 3월에 열리던 시상식을 지난해부터 한달 빠른 2월로 앞당기면서, 가을 시즌에 들어서자마자 오스카 레이스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9월부터 매주마다 이른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과 평론가들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영화들은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수상은커녕 일찌감치 관심권 영역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년에는 8월 여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한 숨 돌릴 여유가 있었던 미 영화계에게 가을 시즌은 사활을 건 또다른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분석했..

라디오스타

낡지만 구태의연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이 바로 그랬다.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결론은 과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자정이 넘긴 시간까지 이불 속에서 이어폰으로 몰래 라디오 방송을 듣곤 하던 시절의 감성을 새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요즘 청소년들이야 라디오를 듣어도 ‘콩’이니 ,‘단팥’이니, ‘미니’ 프로그램으로 다운로드해 듣고 보는(보는 라디오!) 세대지만,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화려하게 발달해도 라디오의 제 맛은 사람사는 이야기이며, 각박한 세상살이의 맛 역시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란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마치 추운 날씨에 향긋한 커피가 아니라 뜨끈한 어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