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킬빌]의 배우들

킬빌 1,2는 타란티노 감독의 재치와 다재다능함을 멋지게 입증한 작품입니다. 또한가지 특기할 만한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점이죠. 주인공 우마 서먼은 물론이고, 빌역의 데이비드 캐러다인, 빌의 동생 버드 역의 마이클 매드슨, 애꾸눈 킬러 엘르의 대릴 한나, 그리고 영화 초반의 보안관과 70대의 늙은 포주 에스테반 1인 2역을 한 마이클 파크스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빛나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제는 전성기가 한참 지나버린 데이브드 캐러다인과 대릴 한나의 경우는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죠. 그리스 여신과 같은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금발의 이 여배우는 70년 생이니까 올해로 34세가 됐군요. 그가 맨처음 배우로서 주목받은 것은 88년작 [위험..

게리 올드먼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니, 너무 늦게 나왔나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들]의 첫머리는 당연히 게리 올드먼이어야 했습니다. 너무 아끼는 나머지(솔직히 멋있게 써보리라는 욕심때문에), 이렇게 순서가 뒤로 쳐지고 말았네요. 게리 올드먼과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기는 이미 10여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시드와 낸시]에서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 역으로 단박에 마음을 빼앗아갔던 그는, [JFK]의 저격범 오스월드를 거쳐 [드라큐라]의 영원히 잊지 못할 드라큐라로 다시 찾아왔지요. [로미오 이즈 블리딩]에서 레나 올린과 파괴적인 사랑을 나누던 그의 모습도 기억납니다. 사실 게리 올드먼가 영화 속에서 보여준 연기들은 거의 영화사에 기리 남을만한 강렬한 것들이라 할 수있지요. [레옹]에서 레옹이 숨어있는 아파트를 습..

양조위

[2046]의 스틸 한장 바라보고 있습니다. 양조위가 한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자는 등을 보인채 남자에게 안겨있습니다. 양조위는 여자의 어깨 넘어 허공을 응시하고 있지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한장의 사진에 양조위의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은가요. 여자를 가슴에 안은채 이처럼 처절하게 우울한 눈빛을 지닐 수있는 남자가 양조위말고 또 있을까요. 양조위는 자기복제와 쾌락이 넘쳐나는 홍콩 영화계에서 마치 고요한 섬과 같은 존재가 아닐런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깊어지고 여유로워지는 배우가 바로 양조위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할리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세계적인 배우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한 중화권 유일의 연기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소하고 평범한 외모의 이 남자의 어디에서 도대체 이런 내공이..

버지니아 매드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스’ 보셨나요. 와인매니아가 아니어도, 와인을 마구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죠. 이 영화를 보면서, 미당의 시 ‘국화옆에서’가 떠올랐습니다. 한 명의 여배우때문이죠.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란 구절을 연상시킨 배우는, 와인가게 종업원 마야로 출연한 버지니아 매디슨입니다. 63년 9월 생이니, 벌써 그녀도 마흔고개를 넘었군요. 사람은 먹을 것에 비유해서 좀 뭣하지만, ‘사이드웨이스’가 향긋한 와인향을 제대로 머금은 영화가 될 수있었던 것은 바로 딱 알맞게 농익은 와인같은 배우 매드슨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혼의 상처로 마음을 닫고 살아왔을 마야가 친구의 집에서 마일스(폴 지아마티)와 와인잔을 기울이며 와인에 대해..

리즈 위더스푼

반짝거리는 자연산 금발머리 이외에 그리 눈에 확띄는 미모라고는 할 수 없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배우가 지금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리즈 위더스푼(사진) 말이죠. 최근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앙코르'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는″ 내 평생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팬들 역시 위더스푼이 이십대를 갓 넘긴 나이에 오스카 트로피를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앙코르'에서 전설적인 가수 자니 캐시의 '운명적사랑'인 준 캐쉬를 열연하기는 했지만, 워낙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쯤으로 각인이 돼왔던 터라 연기파들이 대접받는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을 것으로 인식돼왔기 때문이죠. 일부 언론들은 ..

루마니아 영화가 뜬다

유럽의 최빈국으로 알려져온 루마니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최근 “루마니아로부터 세계 영화의 새로운 포스(force)가 일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 유명 영화제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루마니아의 ‘젊은 영화’들을 집중 조명했다. 한마디로, 1989년 차우셰스쿠 공산 독재체제의 붕괴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루마니아가 지금은 유럽 영화의 새로운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개봉 중인 코르넬리우스 포룸보이우 감독의 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유명 감독으로, 이 작품을 가지고 지난 2002년 부천국제영화제를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 역시 2007년 칸 영화제에서는 또하나의 루마니아영화..

‘로스트 라이언즈’ 레드포드 인터뷰

“미스터 선댄스, 워싱턴에 돌아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로버트 레드포드(71) 감독의 신작 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근들어 영화배우, 감독보다는 선댄스영화제 총책임자로서 독립영화살리기에 힘을 기울여온 레드포드가 정통 정치물로 영화계에 컴백한 것을 환영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있겠다.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레드포드의 작업실 풍경을 묘사하며 “그의 책상뒤 게시판에는 이라크전을 신랄하게 비판한 신문 칼럼들이 오려져 붙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책상위에 펼쳐진 노트장에는 레드포드가 대문자로 크게 쓴 ‘당혹감, 책임감, 슬픔’등의 단어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레드포드 자신은 가 반이라크전 영화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반전영화라기보다는 오늘날 미국이란 국가가 어디로 가고있는가에..

푸틴 찬양 영화?

“국가를 이끌 능력있는 지도자를 잃어버린 러시아 국민들의 삶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나날이 피폐해져간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은 서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데만 열중하고, 이 틈을 타 외세가 침입하자 분노한 러시아 민중들은 단결하게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던 ‘혼란의 시대’는 민중들이 강력한 카리스마와 통치력을 가진 인물을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함으로써 결국 막을 내리고 러시아는 번영을 맞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체제 붕괴 이후 십여년동안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했던 러시아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카리스마와 막강한 통치력을 과시하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이라크전 등 각 이슈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러시아의 파워를..

<양들의 침묵> 드미 감독, 카터 다큐영화 만들었다

의 조너선 드미감독과 전직 미국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가 만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를 통해서다. 등 수많은 장편극영화들을 연출하는 한편으로 꾸준히 다큐멘터리 작업도 병행해온 드미 감독의 새 다큐영화 가 이번주부터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주요도시에서 상영된다.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이미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의 개봉을 계기로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카터 전대통령의 삶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지난해 카터의 발언을 계기로 불붙었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권탄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카터는 지난해 ‘팔레스타인;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닌 평화를’이란 책을 발표했다.당시 미국내 유..

도킨스, 다큐에 화난 이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가장 논쟁적인 무신론자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스 옥스포드대 교수가 영화 한편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 ‘이기적 유전자’‘눈 먼 시계공’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있는 도킨스 교수는 최근 발표한 ‘만들어진 신’에서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을 맹렬하게 비판해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킨스를 분노케한 문제의 영화는 내년 2월 12일 미국 주요극장에서 일제히 개봉될 다큐멘터리 . 당초 종교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영화로 알고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던 도킨스는 막상 완성된 영화가 창조론과 ‘사촌’격인 지적 설계론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면서, 기존 과학계를 편협되고 억압적이기까지한 조직으로 몰아부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음을 알게된 후 경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