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페드라’를 찾아 떠난 줄스 다신

미국 태생의 그리스 감독 줄스 다신의 1962년작 는 앤소니 퍼킨스가 ‘페드라! ‘라고 절규한 후 바흐의 명곡 ‘토카타와 푸카’를 목청껏 부르면서 스포츠카를 몰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선 흥행에 참패했지만, 유럽과 한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KBS 등 TV를 통해 수차례 방송됐고, 90년대 중반 고전영화팬들을 위해 짧게나마 재개봉되기도 했었다. 를 비롯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줄스 다신 감독이 지난 3월 31일 그리스 아테네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96세이다보니, 아직도 생존해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애도성명을 내고 “ 그리스국민들은 진정한 창조자이며 친구였던 다신의 죽음에 ..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감독 기대주들

재미교포 2세 영화감독 정이삭(29. 미국명 리 아이작 정)이 독특한 소재의 장편극영화 데뷔작으로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자 기사에서 정감독의 를 르완다 토속언어인 킨야르완다어로 만들어진 최초의 영화로 소개했다. 르완다의 전설적인 전사 이름을 따온 는 르완다 학살의 참상을 다루기보다는 두 십대 소년의 시선으로 폭력이 남긴 아픔을 잔잔하게 조명한 작품. 정감독은 현지인들을 배우로 고용해 불과 11일동안 수퍼 16밀리로 작품을 완성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미국 영화계에서 최근들어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계, 일본계 등 다른 아시아지역 출신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이 사실이지만, 정이삭 감독 이외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계 감독들이 적지 ..

앤소니 밍겔라, 아서 클라크 세상과 작별하다

영국 문화계의 두 별이 떨어졌다. 한사람 18일 너무 이른 54세 나이에 눈을 감은 영화감독 앤서니 밍겔라이고, 또 한 사람은 이튿날인 19일 90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SF작가이자 예언자인 아서 C 클라크이다. 활동 분야는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글과 영화를 너무나 사랑했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앤소니 밍겔라 영국 영화계는 앤서니 밍겔라가 한창 왕성히 활동할 나이에 사망한 점에 큰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대표작 의 주인공 알마쉬는 지독한 화상으로 오랜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맞았지만, 밍겔라의 죽음은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사인은 뇌출혈. 그러나 지난주 목부위의 종양제거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 사망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는 BBC 드라마시리..

할리우드는 어떻게 여성대통령, 흑인대통령을 만들어냈는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쪽은 민주당 예비선거. 당내에 탄탄한 기반을 갖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흑인 JFK’를 꿈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의 각축이 워낙 뜨거운 탓도 있지만, 어느 쪽이 예비선거의 승자가 되든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또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불과 십여년전만해도 꿈꾸기 어려웠던 일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여성대통령과 흑인 대통령이 활약해왔다. 할리우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등장한 영화는 1964년 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영화 의 주인공은 레슬리 맥클라우드(폴리 버겐 扮).그는 여성유권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뜨겁게 확산되던 여권운동의 사회적 분..

모니카 벨루치

영화기자로 얻는 보너스 중 하나는 세계적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칸, 베를린 등 유명영화제에서 미남 미녀 스타들을 적지 않게 만났지만 , 그중 딱 한명만 골라내라면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꼽겠습니다. 벨루치가 남편 벵상 카셀과 함께 출연한 가스파르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으로 2002년 칸 영화제를 찾았을 때였지요. 붉은색 화려한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벨루치를 보면서, ‘디바’란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숨을 막히게 만드는 농염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요. 그 날 기자회견은 영화 속 성폭력 묘사를 둘러싼 카셀과 기자들 간의 논쟁으로 날카로운 분위기였지만, 남편 옆에서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벨루치의 아름다움을 거부할 수 있는 기..

콜린 퍼스

얼마전 케이블TV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봤습니다. 개봉 첫날 극장으로 달려가 본 영화인데도, 요동치는 감정을 고요한 표정과 화면 속에 담아낸 연출과 연기가 좋아 차마 채널을 돌리지 못하겠더군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스칼렛 요한슨에 매료됐다면, 두번째는 베르메르 역을 맡은 콜린 퍼스(45)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의 대사는 거의 없더군요. 처음엔 그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죠. 꽉 다문 입과 무표정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눈빛으로만 하녀 그리트에게 전한 감정이 너무나 절절하고 격렬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답게 영국엔 좋은 배우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꼽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콜린 퍼스는 휴 그랜트와 함께 요즘 영국 영화 속의 로맨..

나오미 왓츠

피터 잭슨처럼 저 역시 오래전 KBS 명화극장에서 방영했던 흑백 오리지널 ‘킹콩’에 매료당한 어린이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해골섬의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기둥에 묶인채 울부짓던 ,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매달린 킹콩의 손아귀에서 발버둥치던 여주인공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킹콩의 우왁스럽게 큰 털투성이 손, 잠자리 날개같았던 여자의 얄팍한 드레스와 한없이 가냘픈 흰 피부의 몸매와 금발머리가 왜 그렇게도 인상적이었던지요. 한편의 영화로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은 배우로서 엄청난 행복일 겁니다. 그러나 적지않은 부담이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33년작 오리저널 ‘킹콩’에서 여주인공 앤 대로로 출연했던 페이 레이는 몇해전 죽기전 인터뷰에서 ‘킹콩’이 ″평생의 영광이자 짐..

마크 러팔로

‘킹콩’의 나오미 왓츠에 이어,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스타배우 또한명을 소개합니다.바로 , 마크 러팔로(35)입니다. 이름만 듣고는 누군지 얼굴을 떠올리기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 이 남자의 얼굴이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상대역 여배우들이 쟁쟁하지요. 기네스 펠트로(뷰 브롬 더 탑) , 제니퍼 가너(완벽한 그에게 딱한가지 없는 것) ,맥 라이언(인 더 컷 ), 리즈 위더스푼(저스트 라이크 헤븐), 커스틴 던스트(이터널 선샤인) 등 톱클래스 여자스타들이 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물론 영화 속에서 말이죠. 한번 보면 잊혀질 것 같은 평범한 이미지를 가진 이 남자의 어떤 구석이 도대체 매력적인 걸까요.그건 옆집 청년같은 편안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삐딱하고 대책없을 것 같은,..

너무 아름다운 그녀-다이앤 레인

바람부는 날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부인이 맨해튼으로 쇼핑을 나갑니다. 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레인코트 자락이 펄럭이면서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드러나고, 금발머리가 반짝거리면서 흩날립니다. 거리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넘어져 다리에 상처를 입은 그녀에게 검은 머리칼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바로 옆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가 상처를 치료하라고 권합니다. 바람에 부딛혀 가뜩이나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알 수 없는 흥분과 기대에 살짝 붉혀지고, 여자는 그런 자신이 우스워 낯선 방에 혼자 앉아 다리의 피를 닦아내면서 또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날 그렇게 불어대던 바람이 흔들어놓은 것은 단지 그녀의 머리카락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이었을까요. 수줍은 중산층 부인은 그리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카페 화장실..

카메론 디아즈

‘퍼키(perky)’란 영어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에 적힌 뜻은 ‘명랑 ,쾌활한’입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명랑 쾌활’보다는 약간 ‘엉뚱’쪽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생긴 건 예쁘장한데 하는 짓은 엉뚱 발랄한 엽기녀를 가르킬 때 많이 쓰이는 수식어이죠. 스크린에도 ‘퍼키’에 딱 어울리는 여배우가 한 명있습니다. 푸른 눈의 늘씬한 금발 여배우에게는 체질적(?)으로 잘 끌리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예외가 있으니, 바로 카메론 디아즈(33.사진)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미모로만 판단하기엔 그녀가 너무나 엉뚱하고 별나기 때문이지요. 그리스 여신상도 울고갈만한 이 팔등신 금발 미녀가 하는 짓마다 별나고 , 영화고르는 취향 또한 별나기 짝이 없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